스포츠를 통해 자녀의 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운동을 취미에서 그치지 않고, 창의적체험활동의 일환으로 진로·진학의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인기 종목의 유소년 스포츠클럽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해외 대학을 타진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아이스하키클럽에서도 입시 진학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때 미국에서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를 일컫던 `하키맘`이 한국에서도 조짐을 보이는 분위기다.

아이스하키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대가 취미와 진학, 진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 스포츠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는 `유소년 스포츠 클럽`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90개 정도의 유소년클럽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에는 이글스클럽과 유니콘스 등 2개의 유소년클럽이 있다.

이글스 아이스하키클럽의 도현민 감독은 "대전 만 해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선수로 등록된 학생이 초등학교 85명, 중학교 10명 등 95명(2016년 통계)에 달한다"며 "아이스하키는 남성다운 스포츠에 매력을 느꼈던 아빠,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많이 권하고, 체력과 리더십, 대입 진학 스펙까지 챙길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고려대와 유니버시아드 대표, 대학 올스타, 한라위니아 선수 등의 앨리트 코스를 밟아 온 도 감독에게 학부모들의 진학 상담이 쇄도하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대전 최초로 아이스하키 청소년국가대표로 발탁된 진건호 학생(서울 중동고3)도 도 감독의 손을 거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을 달리고 싶어요"

보통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는 시기는 이르면 5세 정도다. 아이스하키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늦어도 초등학교 1-2학년에는 시작한다. 중·고등학교 팀이 있는 서울·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에서는 해 초등 6학년까지 배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업 선수를 꿈꾸거나 해외 명문대학을 위한 코스로 아이스하키클럽을 찾는 지방 학생도 많다.

대전 봉산초 2학년 때 우연히 친구의 손에 이끌려 아이스하키 연습장을 찾았던 진건호 학생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틱을 잡는 순간 선수를 꿈꿨고, 부모님을 졸랐다. 사십 중반에 낳은 늦둥이 아들이 졸라대자 함께 이글스클럽을 찾았던 부모가 오히려 더 마니아가 됐다. 아버지 000씨는 현재 대전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다.

진건호 학생은 남다른 스피드와 슬랩슛으로 초등시절 전국 무대를 휩쓸었다. 대전 1호로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선발됐고, 부주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진학이 올해 목표이고, 오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최근 끝난 `2017 대구일보배 전국 초등학생 아이스하키대회`에서 디비전2 그룹 고학년부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MVP를 거머쥔 이건 학생(동도초6)도 프로선수를 꿈꾼다. 이미 초등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체육특기자로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이글스클럽은 같은 꿈을 꾸는 학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러시아·중국·일본아이스하키협회와 함께 한국 유소년아이스하키 초등대표팀으로 지정된 (사)코리아셀렉트가 최근 2기 선수를 선발했는데 이글스클럽은 5명을 배출했다. `코리아셀렉트`는 전국 초등 3학년부터 6학년 선수 가운데 학년마다 플레이어 15명과 골리 두 명을 선발하는데 1기 선수들은 일본과 러시아 등을 오가며 유소년 아이스하키 정상급 팀과 경쟁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1기 선수 3명은 러시아 아이스하키리그(KHL) 아드미랄 블라디보스토크의 유소년팀에 스카우트됐다. 이번에 선발된 2기 선수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4개국의 8개 클럽이 참가하는 `아시아 키즈 하키컵`을 시작으로 8월 일본 대회와 10월 중국 대회에 출전한다.

코리아셀렉트에 선발된 박주환 학생(한밭초 4)은 "처음엔 멋있게 보여서 시작한 아이스하키가 점점 더 재미있고, 빠져들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박주환 학생은 `제37회 유한철배 아이스하키대회`에서 베스트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국내외 명문학교 진학의 보증수표

다양한 스포츠 종목 가운데 평범하지 않은 아이스하키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시할 수 없는 스펙을 꼽을 수 있다. 조기 유학과 해외대학 진학 과정에서 스포츠 관련 이력은 매우 의미있는 스펙이다. 아이스하키는 유소년클럽 가입과 동시에 대한체육회 회원으로 등록이 된다.

2017년 8월 현재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등록 선수 현황을 보면, 초등부는 44개 종목 2만 92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야구소프트볼이 가장 많은 등록 선수(4006명)를 갖고 있고, 아이스하키는 1590명으로 축구(370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등록 선수가 많다. 협회 등록 회원만 대회 출전자격을 주는 아이스하키협회 특유의 운영 방침이 낳은 결과다. 하지만 해외 명문학교 진학을 노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오히려 큰 혜택이 되고 있다. 클럽 가입과 동시에 선수 자격을 얻고, 대한체육회 회원에 등록돼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출전 내용이 협회의 공인인증서로 발급되기 때문에 해외대학 진학에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스하키의 나라를 자부하는 캐나다와 미국의 아이비리그 유학을 준비한다면 아이스하키 선수 활동 경력과 출전 이력은 팀워크나 리더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의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사립학교나 명문대 입시에서 유리하니까 `보험`처럼 아이스하키를 시킨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국내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광운대 등이 아이스하키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아이스하키로 다진 체력이 우수한 성적 비결

아이스하키는 빙판 위에서 쉴새 없이 작은 퍽을 쫓아 다니며 스틱을 흔들고,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는 운동이다. 기초체력과 하체근육을 다지고, 집중력을 키우는데 최고의 스포츠다. 때문에 전문 선수나 해외 대학 진학이 아니더라도 해볼 만한 운동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당장 `엉덩이 힘`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초등시절 이글스클럽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던 학생들이 영재고나 한일고, 상산고 등 명문고교에 많이 진학한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도현민 감독은 "우리 클럽 학생 가운데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대전과학영재고 등 공부로 성공한 학생들이 제법 많다"며 "함께 운동하던 남매는 지난해에 오빠가 상산고에 합격했고, 올해는 동생이 세종예술영재고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글스클럽의 경우, 학생들의 공부 시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말 저녁시간에 연습을 한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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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팀이 배출한 청소년 국가대표 진건호선수
이글스팀이 배출한 청소년 국가대표 진건호선수
전국에서 36개팀 1000여명이 참여해 3일간 뜨거운 열전을 펼친 `2017 대구일보배 전국 초등학생 아이스하키대회`에서 대전 이글스팀은 디비전2 고학년부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에서 36개팀 1000여명이 참여해 3일간 뜨거운 열전을 펼친 `2017 대구일보배 전국 초등학생 아이스하키대회`에서 대전 이글스팀은 디비전2 고학년부 우승을 차지했다.

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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