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과 동물복지

2017년 6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교사연구회 활동으로 서대전고등학교와 함께 교사 네트워크 간담회를 열었다. 세계환경발전위원회(WCED)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의미한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이 더 이상 학교 내 교육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한 이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아빠사랑팜의 표성미 대표가 기조 강연을 맡았다.

지난 4월, 10만 마리 이상의 닭·오리를 밀집식으로 키우는 공장식 축산방식 농가의 AI(조류인플루엔자) 발병률이 비교적 적은 수의 가금을 키우는 농가보다 500배 이상 높았다는 정부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공장식 축산이 AI 창궐의 근본 원인이라는 전문가, 환경단체 지적의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달걀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많은 이슈가 되었던 AI 파동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며 축산업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백신 접종과 방역대책뿐 아니라 농가의 보상금 문제, 살처분에 투입되었던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 예방적 살처분과 공장식 축산 등 함께 논의할만한 사항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라는 뜻이다.

아빠사랑팜은 AI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알게 된 천안의 자연양계농장이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EM 미생물과 유기농 재료를 섞어 사료 생산까지 직접 하는 자연양계농장으로 AI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AI 발생 주변 3km 농가에 대해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예방적 살처분 정책 때문에 건강한 닭을 땅에 묻었다고 한다.

반면, 익산 참사랑 농장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하여 익산시와 농림축산식품부를 상대로 살처분 명령의 취소를 요구했다. 또한, 농장주를 돕기 위해 `생명 달걀 모금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예방적 살처분 시행 없이 AI 파동을 이겨낼 수 있었다. 두 농장의 사례를 비교하며 예방적 살처분 문제와 시민들의 정책 참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공장식 축산을 포기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맥도날드가 닭 사육 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소비자의 요구가 기업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장식 축산 농장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자연양계농장과 동물복지농장과 같은 대안적 농장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표성미 대표와 함께하는 간담회에서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한 방법, 나아가 동물들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장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업의 가치와 농촌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표성미 대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한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김종덕, 따비)와 `페어푸드 -깨어 있는 소비자에서 참여하는 음식시민으로`(오랜 B. 헤스터먼, 따비)를 추천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가치관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야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현 세대의 책임을 미래세대에게 전가시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과학 기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대전 보문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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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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