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1년 12월 공신의 자제·사위·수종자들을 원종공신(原從功臣)으로 책봉했는데, 무려 2300여 명이었다. 이들에게 줄 벼슬이 부족하자 나이가 많은 자는 일은 없이 녹봉만 타가는 검직(檢職)을 제수했으니 공신이 아니면 벼슬을 꿈꾸기 어려웠다. 1만 명이 넘는 공신들과 그 가족들은 수양이 왕위를 꿈꾸지 않았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사회악이었다(이덕일, 2010).

세조의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은 7번이며 별칭은 `낙천가`이다. 그의 성격특성은 `탐닉과 방어(Keepers of the castle)`라는 격정으로 규정된다. 이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동맹을 구성하며 가족 공동체와 비슷한 파벌을 만들고, 동맹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 이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만 의지한다. 매우 실질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좋은 거래를 찾아내는데 능숙하다. 기회주의적, 실용적, 계산적이며 네트워크 형성에 뛰어나다. 모든 기회마다 이익을 만들고 거래에서 우위에 서려고 하는 모습에서 탐닉이 드러난다. 쾌활하고 붙임성이 있으며, 쾌락주의자 기질도 있다.

1417년에 문종에 이어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수양대군은 어린 단종이 즉위하자 자신이 왕위를 차지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대신들이 왕권을 농단함에 종친 중에 역량이 되는 수양대군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명분론도 있지만, 본질은 수양대군의 성격특성에서 비롯된 `거래의 가장 유리한 위치 선점`이었다. 조선 개국 이래 장자세습이라는 전통도 확립되기 전이었다. 자신이 왕위에 올라도 어떤 문제가 될 것도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동맹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이 분야에 뛰어난 그의 성격특성상 매우 효율적인 연결망이 구축되었다. 그의 행보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유리한 거래에 장애물일 뿐이었다. 명분이나 세간의 비난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가치는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에 차질없이 도달하는 것이었고, 추종자들은 그의 의도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거사 후 엄청난 수의 공신 책봉, 제거된 정적의 가족들에 대한 패륜적 행위, 거사 주축 세력이 아닌 관료들에 대한 잔혹한 조처는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거사의 명분이 부족한 만큼 그들만의 견고한 동맹이 필요했고, 구성원들에게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었다.

7번 유형은 현실을 낙관적으로 보고 타고난 순발력으로 생산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자신의 주변에 활기 넘치는 창조적인 순환 구조를 조성하여 많은 업적을 어렵지 않게 이루어 간다. 그러나 이들은 충동적이고 산만하며 고통스런 상황과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삶에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어우러져 있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고통이나 고뇌와의 대면이 매우 불편하여 이를 회피하다가 실패를 자초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특히 이들은 경쟁 상황에서 물질적 손익 계산에 몰두한 나머지 냉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7번 유형에게는 탐닉을 억제하는 절제가 필요하다. 현상진 대전시민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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