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삼시세끼를 잘 먹기 위해 매 끼니때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모두가 바쁜 사회활동을 하며 충분하지 않은 시간 속에 건강하게 잘 먹기 위해 먹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바쁜 일상에서 잘 먹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 엄마 젖을 먹을 때부터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발달 주기에서 구강기라 명명하는 0-12개월 미만인 아이들은 모든 중심이 먹는 것에만 치중되며 성장하는 시기이다. 엄마의 젖을 먹거나 엄마가 주는 이유식을 먹거나 하면서 그 시기만큼은 태어나 먹는 것을 처음 접하는 때이며, 좋은 것을 먹이려 하면서 아이의 성장 발달을 도모한다. 어찌 보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통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이 시기에 가장 집중되는 때이리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면 바쁜 일상 속에 간편하고 빠른 식사를 택하며 먹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똑똑하게 잘 자라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또한 부모의 마음이다.

가끔 우스갯소리처럼 우리는 "먹기 위해 산다" 또는 "살기 위해 먹는다"라는 표현들을 한다. 실제로 먹는 것이 건강과 생명을 좌우한다. 요즘 살충제 달걀로 나라 전체가 혼란과 공포를 겪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7년 영국의 브레인바이오 센터에서 패트릭홀트 회장은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 등 두뇌발달에 기여하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아이들이 공격성이 많아지고 주의력·집중력이 약해지는 반면, 5군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자연식품을 자주 먹는 아이들이 주의집중력과 정서발달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오메가3을 먹이고, 씨앗류와 생선류도 적극 먹이려고 한다.

그러나 너무도 바쁘게 살다 보니 간편하고 간소한 음식과 식사를 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외식업체 및 배달음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나 아이 모두 외식을 당연시 하고 가정에서 온 가족이 식사하며 먹는 시간은 어색해질 지경이다. 필자가 어릴 때 집안에 졸업식이나 입학식을 하는 형제자매가 있어야 외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만큼 가정에서 매일 어머니의 손으로 직접 조리한 음식을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었다. 이제는 추억처럼 되었지만 건강한 밥상의 모델이다.

요즘도 어떻게 해야 잘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인지를 잘 알면서도 내가 공을 들여 만드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는 크게 비중을 두진 않는다. 이처럼 사회가 변했지만, 여전히 먹고 사는 이유는 우리 모두 동일하다. 건강하게 살고 오래도록 무병하며 장수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먹는 것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손길은 어머니의 마음 같아야 한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제일 좋은 것만 주고자 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용서해도 `음식을 가지고 사람을 속이며 장난치는 것은 크게 벌 받아야 한다`는 말은 그만큼 먹는 것 자체에 숭고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먹을거리로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은 사례는 살충제 달걀 이전에도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오래전이지만 공업용 유지를 사용해 라면을 만들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이밖에 기생충이 있다는 김치, 톱밥이 섞여 있다는 고춧가루, 농약으로 기른 콩나물 등 참으로 많은 식품과 음식들이 먹는 즐거움 또는 건강의 유익이 아니라 오히려 걱정거리가 되었던 사례들이다.

누구나 텃밭과 가축을 키우며 모든 음식을 자급자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 농사 지은 곡식과 길러낸 채소, 가축의 고기를 재료로 하여, 외식이라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길로 조리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안해서 고민하는 것만은 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과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음식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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