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수 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되면서 달걀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마트와 시장에서 달걀이 사라지자 결국 정부는 급하게 달걀을 수입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달걀 품귀현상으로 가격은 급등했고, 오른 달걀 가격은 수입으로 어느 정도 공급이 됐지만 크게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소동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났다. 유독성의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달걀에서 검출된 것이다.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는 달걀로 인해 이제 시장에서 달걀은 모습을 감췄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달걀은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인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달걀을 직접 먹는 것도 그렇지만, 달걀이 들어간 빵과 과자 등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식품은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우리가 명절이나 생일이면 먹게 되는 각종 전을 부칠 때도 달걀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달걀이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달걀 그 자체가 아니라 한번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이고, 또 이번에는 살충제 성분 때문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어린 시절 달걀은 아무나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과거에 점심 도시락에 들어있는 달걀 프라이는 모두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시장에서 지푸라기에 달걀 10개씩 묶어 팔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달걀은 10개 들이 한 상자와 30개짜리 한 판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달걀을 세는 척도도 한 꾸러미에서 한 상자 또는 한 판으로 변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달걀 한 꾸러미라는 척도는 잊혀진 지 오래됐다.

어찌 됐든 달걀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식재료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달걀이 수난을 맞고 있다. 종종 뉴스에서 달걀로 수난을 겪는 분들을 보기도 했다. 사실 언제부터 달걀을 던지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비난 하거나 반대의 의견을 제시할 때, 분명 달걀을 던지는 행위는 일종의 범죄행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달걀을 던지고 맞는 그런 모습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학창시절 달걀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달걀 때문에 기쁘기도 했고, 또 달걀 때문에 슬프기도 했을 것이고, 달걀로 인해서 생각나는 사람이나 사건도 있을 것이다. 달걀은 그 만큼 우리와 너무나도 밀접하게 같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달걀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수난을 맞고 있으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달걀이 없는 식탁과 달걀이 빠진 간식거리는 생각하기도 싫다. 삶은 달걀 반쪽이 없는 냉면은 냉면이 아닌 것 같고, 고소한 달걀 옷이 입혀지지 않은 생선전은 더 이상 전이 아니다. 달걀이 빠진 카스테라는 과연 무슨 맛으로 먹을 수 있을까.

우리가 먹는 식재료는 무엇보다도 엄격해야 한다. 바로 식재료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없어서 못 먹는 시대도 아니고, 이제 식재료에 대한 기준은 강화돼야 한다. 그리고 그 식재료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더 철저해야 한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다. 생산과 유통은 물론이고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식재료는 철저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비유가 조금은 과장됐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와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것이 다르지 않다. 국민건강을 해치는 것은 넓은 의미로 안보를 저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달걀 수난 시대를 보면서, 유학을 다녀 온 직후 한 여름 뜨거운 햇빛에도 불구하고 적재함에 가득 달걀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을 보고 달걀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먹는 것을 가지고 정말 이래서는 더 이상 안된다. 언제쯤 우리는 안심하고 먹거리를 먹을 수 있을지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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