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이은 폭염 폐사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살충제 달걀로 출하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야말로 망연자실하고 있다.

올초부터 양계농가의 시련은 시작됐다. 연초부터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국이 들썩였다. 당시 농림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로 살처분 된 가금류는 3718만 마리이다. 닭이 3092만 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닭의 경우 전체 가름류 중 19.9% 가 매몰 처리됐다. AI로 전국 양계농장이 쑥대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농장주들이 마음을 달랠 겨를도 없이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이어졌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무더위를 견디지 못한 가축이 줄줄이 폐사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모두 277만 8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닭이 269만 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오리 5만7000 마리, 메추리 2만 마리, 돼지 1만 마리 등이었다. AI로 극심한 피해를 겪었던 닭이 폭염의 주 희생양이 된 것이다.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이번에는 살충제 달걀이 또다시 양계농장을 엄습했다. 유럽에서 파문이 일고 있는 살충제 달걀이 국내에서도 확인되면서 달걀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까지 살충제 달걀이 확인된 산란계 농가는 3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친환경 농가가 25곳, 87%에 이른다는 점이다. 달걀은 전량 폐기되고 수백만 마리의 닭들은 폐기 처분될 운명이다. 그나마 살충제 달걀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값싸고 편리한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이 이제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당분간은 달걀 프라이도 마음 편히 먹지도 못하게 됐다.

양계 농장의 입장에선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지옥일 것이다. 매일 생산되는 계란이 폐기되는 숫자만큼 손실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암암리에 사용된 닭 진드기 살충제가 공론화되면서 먹거리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양계농가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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