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정부 산하에 별도의 개헌특위를 통해서든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가 가동 중인 개헌특위에서 제 때 개헌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정부 차원에서라도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형 이슈로 인해 개헌 논의가 함몰된 상황에서 다시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침 국회 개헌특위도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전국 11개 지역을 돌며 개헌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헌특위 활동이 종료되는 올 연말까지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지방분권이나 국민기본권 강화 등은 정치권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지만 개헌의 골간을 이룰 권력구조 개편 등은 여야나 정파의 입장에 따라 각기 지향점이 다르다. 특히 각론으로 들어가면 백가쟁명식 논의가 불가피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추려면 국회 개헌특위가 올 연말까지는 단일안을 내놔야 하고 내년 3월까지 국회 의결을 마쳐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무엇보다 국민의견 수렴절차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개헌특위는 10월과 11월쯤 5000여명의 `개헌국민대표`를 선발해 무제한 토론과 여론조사 등을 통해 관심도를 높이고 여론수렴을 한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난 1987년 이래 30년만의 개헌은 시대정신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혁파하고 삼권분립의 헌법정신 및 지방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개헌특위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제 개헌을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하기 바란다. 연말까지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자칫 개헌이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해 좀 더 속도를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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