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유시민 작가는 그의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서문을 마무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기도 하다.

`홍콩의 유시민`으로 불리우는 정치철학자 짜우포충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의 책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가 구성한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진지해지고 정치에 고집스레 매달릴 때, 우리의 세계는 더 공정하고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이유가 없다."

언뜻 보면 달리 들리지만, 분명 얘기하는 바는 같다. 국가의 구성은 그 구성원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시민이다.

현대 중국의 정치와 사상 논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치철학자 짜우포충의 저서가 출간됐다. 기회의 평등, 정의와 자유, 빈곤의 책임 등을 자유주의 정치철학시각에서 설명한다. 일종의 종합인문교양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사회를 향한 국가와 시민의 바른 관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야기는 현재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과연 우리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좌-우파간 흑백논리를 넘어선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설득력 있게 소개한 점도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명해진다.

2014년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홍콩에서는 대규모 민주화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시위에 나섰던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아마도 짜우포충의 메시지가 그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짜우포충 역시 혁명 한가운데서 학생들과 시위를 이끌었고 그는 결국 `불법집회죄`와 `경찰공무집행방해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명확하고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홍콩에서 여러 도서상을 수상했다. 물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도 올랐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이 책을 살 수가 없다. 출간하겠다는 출판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국정부에게 아직까지 불온 도서 취급을 받고 있다.

부조리에 지치고 무기력한 시대에 사람들을 희망으로 이끌어 줄 책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힘이다. 이익과 손해로 양분된 자본주의의 도시 홍콩에서, 시민의 존재감을 일으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리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 김대욱 기자

짜우포충 지음·남혜선 옮김 / 더퀘스트 / 1만9000원 /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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