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브라운 교수는 그날은 산기슭 침엽수림에서 캐리브의 동태를 대충 조사하고 다음날 해변가 에스키모 마을에 갔다. 그곳 에스키모 사냥꾼들과 함께 인근 바다에서 바다코끼리 사냥을 하게 약속이 되어 있었다.

바다코끼리는 알래스카 북극권 바다에서 사는 큰 동물이었다. 수컷의 몸무게가 1t이나 되는 녀석들이었다.

바다코끼리는 코끼리처럼 턱에 긴 송곳니를 갖고 있었다. 1m나 되는 송곳니였으며 그들은 그걸로 바다 밑바닥에서 조개를 캐내 식량으로 삼았다.

그 긴 송곳니는 또한 그들이 땅 위에 올라와 걸어다닐 때는 지팡이처럼 사용되었다.

바다에서는 고래 다음으로 큰 동물이었으나 그 몸은 주로 지방분이었기에 기동력이 없었다. 그들은 온순하고 겁이 많아 사람들이 가까이 가도 덤벼들지 않았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바다코끼리는 해변가의 모래밭이나 바위섬에서 큰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는데 그 무리는 수백 마리 때론 수천 마리나 되었다. 수컷이 수십 마리나 되는 암컷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었다. 에스키모 사냥꾼들과 브라운 교수들이 그곳에 갔을 때도 그들은 해변에 있는 자그마한 바위섬에 몰려 있었다.

그들은 그때도 거기서 수컷들이 서로 암컷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저 장난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었다. 바다코끼리는 몸에 털이 거의 없었으므로 서로 긴 송곳니를 찌르고 찔렸기 때문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싸움 끝에 한 마리가 다른 놈에게 밀려 바닷물 안으로 밀려났다.

그들에게는 바닷물은 위험한 곳이었다.

그때도 그랬다. 인근에 떠있던 얼음판 뒤에 큰 흰곰 한 마리가 숨어 있었다. 흰곰은 바다코기리를 노리고 있었다.

위험했다. 싸움에서 진 바다코끼리가 바닷물 안으로 밀려들어오자 흰곰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덤벼들었다.

그 싸움은 결과가 뻔했다. 바다코끼리는 어느 면으로 봐도 전력이 흰곰보다 약했다.

흰곰은 북극해에서 가장 강한 왕자였으며 강력한 앞발치기와 칼날 같은 이빨은 그 어느 적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으며 바다코끼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흰곰은 바다코끼리도 밥으로 삼고 잇었다.

그때도 흰곰은 물속으로 밀려들어온 바다코끼리를 덮쳤다. 그렇지 않아도 동료와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고 있었던 바다코끼리는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했으나 이미 때가 늦을 것 같았다. 바다코끼리는 흰곰의 앞발치기에 걸려 비틀거렸으며 도망갈 가망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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