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지역 가로수 등에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아산시가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아산시 제공
아산지역 가로수 등에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아산시가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에 사는 주부 이모(37)씨는 최근 두 자녀와 산책을 하다 깜짝 놀랐다. 아이들의 머리 위로 새끼 손가락만 한 애벌레가 툭 떨어졌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그는 얼른 달려가 아이들 머리 위로 떨어진 벌레를 털어냈다. 그는 "징그럽기도 하고 혹시 아이에게 병균이라도 옮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당분간은 마음대로 산책도 나오지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41)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린 자녀들과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를 걷고 있던 도중 바닥에 애벌레가 떨어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박 씨는 "아이들이 무서워 해 집을 나갔다가 곧 바로 다시 돌아왔다"며 "기분 전환을 위해 가족들과 산책을 갔다가 기분만 상했다"고 했다.

아산지역 전역의 가로수에서 미국흰불나방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16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계속되는 폭염과 무더위로 아산 시내에 있는 벚나무, 이팝나무 등 활엽수에 미국흰불나방 해충이 다발적으로 발생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아산시내 주요 간선도로 가로수와 곡교천변 뽕나무 등에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발생,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아산지역에는 시가지, 국도변, 주요 관광지 도로변 등 96개 노선에 은행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등 5만 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미국흰불나방은 플라타너스, 벚나무, 아까시나무 등 활엽수의 잎과 줄기를 먹는 해충으로 애벌레들이 지나간 나무는 잎맥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더구나 가로수 나무에 붙어 있던 애벌레들이 인도로 떨어지면서 행인에게 피해를 주고 거리 미관도 해치고 있다.

이처럼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여름 계속된 비에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방제 효과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아산시는 보고 있다.

시는 흰불나방 해충이 다발적으로 발생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에 따라 시 자체 방제 및 전문업체에 위탁해 총력방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시 관계자는 "가로수 병해충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개체수가 워낙 많은데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어려움과 한계가 있다"며 "병해충 방제 때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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