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우체국 윤대식(41) 팀장의 하루 일과는 빠듯하다.

오전 8시에 우체국을 나서려면 7시부터 출근해 유니폼을 갈아입고,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해야 한다. 추가수당은 없지만 퇴근시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우편물을 챙겨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윤씨의 휴대전화는 바빠진다. 스마트폰으로 우편물·택배물 실시간위치 조회알림을 받은 주민들이 재촉전화를 걸어오기 때문이다.

휴가는 반납한 지 오래다. 지정 연가 중 쓰지 못하고 버린 연가가 16일에 달한다. 이들이 `전쟁`이라고 부르는 명절 보름 전부터는 1-2주간 휴게실에서 며칠씩 쪽잠을 자며 일해야 한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가 두려운 이유다.

이메일의 대중화로 우체국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정보홍보우편물` 등 광고도 이들이 직접 팔아야 한다.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를 담당하는 집배원은 하루에 4000통을 돌리기도 한다.

윤씨는 "집배원들이 새벽부터 나와 분류작업을 하고 있지만 휴가조차 쉽게 쓰지 못하는 구조"라며 "대체인력이 없어 한 명이라도 연가를 쓰면 동료 집배원의 업무는 배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의 노동조건이 다른 지역보다 더 열악한 것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지만 집배원 인력은 늘지 않은데다, 새 주소 체계인 도로명주소 표기로 배달처를 찾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배달시간은 줄여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전 지역 집배원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인력배치를 조장하는 `집배부 하량 시스템`을 "집배원도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은 우정본부에서 개발한 시스템으로 일반통상 우편 2.1초, 등기 28초와 같이 배달소요시간을 환산해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우정본부는 이 시스템을 통해 각 지역 우체국에 적정인원을 배치하고 있다.

남웅현 전국우정노동조합 대전둔산우체국 지부장은 "집배원을 기계나 산술적인 요소로만 보고 일을 배분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 시스템을 만든 행정직들도 `문서작성 15분`과 같은 방식을 강요받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의 노동환경실태는 지난 7월 6일 경기도 한 우체국에서 21년 경력의 집배원 원모 씨가 분신한 사건으로 재조명 됐다. 지난 2월에는 충남 아산 영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모(44)씨가 과로사했다. 대전·충남지역 노동조합원들은 평일 오후 7시부터 집배원 과로사 근절대책 마련 및 부족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중이다. 조수연 수습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