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대지진 때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살을 당해야 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에 진도 7.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건물은 물론 도로가 붕괴됐고 곳곳에 화재가 발생해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최악의 지진이었다. 도시기능이 마비되면서 일본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물과 식량이 부족해 민심이 요동쳤고 정부를 향한 불만은 더욱 쌓여갔다. 이런 불만은 자연스레 일본내 조선인들에게 향했고 각종 유언비어 등이 퍼지면서 조선인들을 폭동의 주범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유언비어는 일본인들의 불만을 희석시키기 위한 일본 정부로부터 생산됐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경단은 눈에 띄는 조선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자경단은 조선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일본가요를 부르게 하거나 조선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를 시켜 어눌하게 말하면 가차 없이 살해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살해당한 조선인은 6000명이나 됐다.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은 폭발 직전에 있던 자국민들을 위해 악성 유언비어를 퍼뜨린 일본 정부의 희생양이 됐다.
올해로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지 72년이 흘렀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와 신사참배 등 일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제국주의의 부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제의 핍박을 견뎌야 했던 우리 조상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적 사실도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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