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끝까지 너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필자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은행인 충청은행에서 막내 은행원으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인 1989년 당시에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급등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금융(자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당연히 은행대출을 받기 위한 각종 로비와 편법이 난무하던 무질서한 상황에 더하여, 기존의 수기로 관리하던 장부를 전산으로 교체하던 시기였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에 소재한 시중은행으로부터 금융사고 뉴스가 신문에 빠지지 않던 대혼란의 시대이었다.

그 당시 가깝게 지내던 선배 한분이 신입직원을 모아 놓고 `금융사고 예방사례 교육`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전해준 진심어린 당부의 말씀을 나는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진실은 끝까지 너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라는 인생교훈이었다.

당시에는 사회 초년생으로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분명 `진실`이 가지는 단어의 무게감을 실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외환위기 사태의 여파로 충청은행이 퇴출된 후 하나은행 직원으로 1년여의 근무 등 10여 년의 은행원 생활과 또한 10여 년의 계약직 공무원 생활을 거쳐 현재 직장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사고와 물의 또는 징계가 없이 편안하게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 당시 선배의 충고를 가슴에 담아두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곤 한다. 부담되는 선물을 받아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부당한 청탁을 들어줄 것인가? 말 것인가? 낮은 품질의 저가재료로 교체하여 음식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 적당한 선에서 공금횡령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무수히 많은 부정과 부당의 유혹이 우리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게 현실이다.

그럴 때 누구라도 "진실은 끝까지 나의 발목을 잡는다"라는 인생교훈을 상기하였으면 한다. 나의 부정한 행동의 어느 하나라도 남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언젠가는 나의 커다란 성공과 명예를 송두리째 바닥에 내리 꽂아 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설령 아무도 모르더라도 나의 양심과 기억으로 남아서 끝까지 나의 자존감에 생채기로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에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법의 심판을 받는 과거의 화려했던 권력자들을 보면서, 서거 후 8년이 지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올해 초 18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37년이 지난 지금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영화와 각종 행사들이 아직도 수많은 관객을 모으면서 상영되거나 공중파 방송으로 송출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금 진실이 주는 힘과 교훈을 생각해 보았다.

그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대대손손 가문의 치욕과 창피함으로 이어질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찬사와 존경받음으로 이어질 것임을 우리가 지금 보고 듣고 알고 있기에 우리는 결코 진실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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