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 회장은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한국 청년들의 공무원, 대기업 시험 열풍은 매우 부끄러운 일" 이라며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몇 해 전 "통일 한국에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 말해 화제를 일으킨 그는 "최근 한국이 급격히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며 한국 청년들이 사랑하는 일을 찾지 않고 무조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쫓을 경우 5년 안에 활력을 잃고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이달 초 "한국 젊은이들의 첫 번째 꿈이 공무원이란 걸 듣고 마음이 아팠다. 한 여학생은 하루 15시간을 공부하지만 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100분의 1이라고 하더라. 한국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빚은 더 늘어나는데 모든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려고만 하니 안타깝다"며 "중국이나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한국은 투자처로서도 매력이 없다"고 한국의 현재를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공무원 열풍의 원인으로 안정 지향적 청년들의 사고, 부모들의 보수적 성향, 사회적 불안정성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들었다. 10대라면 영화배우나 축구선수 같은 걸 꿈꿔야 하는데 정부 관료를 꿈꾸게 하고 이런 한국 사회 전체의 일관된 분위기는 지금 한국 청년들이 훗날 내가 OO을 했더라면 이란 후회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우리 청년들의 가슴속에 내재한 도전 정신은 다 어디가고 청년들의 꿈이 공무원으로 전환된 것일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및 고용환경의 심각한 격차, 비정규직의 만연 등 노동시장의 왜곡과 안정적 소득이 확보되지 않는 한, 사회 안전망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 결과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해서든 고용 안정성과 적당한 수준의 월급, 그리고 안정적인 고용 환경이 제공되는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오랜 취업 준비기간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숫자를 떠나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인문계의 90%는 논다는 `인구론` 등의 말이 회자될 정도로 지금의 청년세대는 사상 최악의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졸업 후 생계를 꾸리기 위한 소득 확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청년층의 일상이 위태로워졌다. 연애, 결혼, 출산,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모두 포기한다는 `칠포세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을 꾸리기도, 아이를 낳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져 2019년에는 `인구절벽`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층이 변변한 소비력을 갖추지 못하자 경제의 활력도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빈곤 청년이 늘어나면서 생계형 범죄에서 차지하는 청년층의 비중도 늘어났다. 청년세대의 구직난이 사회전반의 불안정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청년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여태까지는 일자리를 늘리도록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들이 주로 실행되었는데 현재처럼 노동시장의 구조가 이미 모순된 상황에서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오히려 실효성 없는 정책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패배감과 위기의식만 높아져 갔다. 따라서 장단기 정책들이 실효성 있게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극복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민주화 노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여서 중소기업이 청년들이 가고 싶은 직장이 되도록 노동시장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축소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청년고용소득보장제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은 첫째, 구직과 직업교육 과정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실업상태의 청년들에게 `고용준비수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청년이 고용될 때까지 일자리를 함께 알아보고 주선해 주는 `고용도우미`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청년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주인이 되어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정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대표의 말대로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부모가 부자가 아니어도 평생 지방에 살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박이 아니더라도 쪽박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유미선 충남대학교병원 약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본 칼럼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의 합의 하에 관련 자료를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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