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국이라 함은 개를 넣고 끓인 탕을 말한다. 가난했던 조선시대, 백성들의 영양상태는 항상 좋지 못했고 고기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고기는 닭 혹은 개였고, 이 중 개를 잡아 영양보충을 하게 된 것이 개장국의 유래다. 개고기는 다른 고기와 확실히 차별화 된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누린내 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된장, 들깨가루, 깻잎 등 향신료를 많이 넣어 먹었다.

개를 먹는 우리 식문화가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은 있지만 사실 개를 식용으로 이용한 나라는 우리민족 뿐만이 아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에서도 개를 식용으로 이용하며 서양 곳곳에서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증거가 남아있다. 심지어 개고기에 대해 가장 큰 문제를 제시한 프랑스에서조차 개고기 식당이 있었단 사진이 존재한다. 어찌됐든 세계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개장국은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원래의 이름을 잃었고, 보신탕이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조선 서민들의 보양식이었던 개장국은 양반, 왕족들에겐 천한 음식으로 치부됐다. 그래서 그들은 개장국에 개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넣어 몸보신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육개장. 개 대신 소를 넣었기 때문에 소고기를 의미하는 육(肉)자를 써서 육개장이다. 소고기와 고사리, 숙주를 넣고 고아 먹는 현재의 방식은 20세기 초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빨간 빛이 도는데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빨간색은 잡귀를 막아준다고 믿었다. 때문에 장례식장 단골 음식이 되었단 이야기가 있다.

조선시대 우리 국민들의 보양식이 개장국과 육개장 이었다면, 현재 우리나라 보양식의 아이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삼계탕이다. 영계의 뱃속에 찹쌀, 대추, 인삼 등을 넣고 고아 만든 음식이다. 삼계탕의 시작은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삼계탕은 일제강점기 부자들이 닭 백숙에 인삼가루를 넣고 끓여 먹던 것에서 시작했다. 당시엔 인삼을 보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루인삼을 이용했지만 1960년대 유통, 저장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말린 인삼 혹은 생 인삼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나온 이름이 바로 `삼계탕`. 단백질, 지방이 엄청나고 칼로리가 높아 여름철 활동 보양식 중에선 으뜸으로 친다. 맵지 않아 한 여름 서울 한복판에서 삼계탕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삼계탕을 만들 땐, 영계의 배를 조금만 가르고 내장을 뺀 후 찹쌀, 인삼, 대추 등을 넣고 끓이는데 내용물이 빠져 나오지 않게 실로 잘 묶는 것이 중요하다. 여담으로 삼계탕 속 대추는 닭의 안 좋은 기운들을 흡수하기 때문에 먹으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뜬소문이다. 닭의 뱃속 대추와 인삼의 좋은 성분들이 조리하면서 닭과 국물에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영양가가 남아있지 않다 뿐이지, 굳이 삼계탕 속 대추와 인삼이 몸에 안 좋을 이유는 없다.

우리 민족이 귀하게 여겨온 보양식들, 이젠 딱히 특별할 음식은 아닌데도 여름이 되면 불티나게 찾아 팔린다. 영양과잉 시대인 지금 단순 보양 때문만은 아닐 터, 이유는 바로 맛에 있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우리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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