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장자를 몽접주인(夢蝶主人)으로 만든 나비 꿈이다. 장자가 나비로 변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로 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는 유명한 질문이다. 약 2000년 전에 던져졌던 이 질문은 기술이 발전해도 여전히 회자된다. 이 세상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뇌 속의 신호로만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주장들이 있고, 정작 우리 자신도 현실이 무엇인지 정확한 답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이렇게 거창한 주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장자의 나비 꿈과 같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스마트폰의 발전적 격동기를 거치면서 인류의 삶도 또 하나의 산업혁명을 만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쇼핑, 정보검색, 일정관리, 이메일, 블로그, 번역, 사무처리, 게임, 영화예매, 금융업무, 여행예약 등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스마트폰에 의지해 가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네트워크 저 넘어 클라우드라는 공간에 기록되고 인공지능(AI)에 의하여 관리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능이라는 차별화된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지능의 진화가 생물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기술적 진화와 결합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들은 인간의 기억의 한계와 생각의 한계를 보강하는 또 하나의 뇌세포로서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스마트폰의 자료를 전달받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제공하는 수많은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사고를 한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세포에 이식되는 것인지 인간이 인공지능의 뇌세포에 이식되는 것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장자의 나비 꿈으로 빠져들게 된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도 이 시점에는 이미 여러 개의 인공지능들이 운영하는 빅데이터의 한 부분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앞으로 인공지능의 사고에 활용될 것이다. 한편 필자 또한 이 글의 작성을 위해 자료 검색을 할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다. 누가 누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인지 나비 꿈이 또 한번 떠오른다. 2000년 전 꾸었던 장자의 꿈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진행형인 듯하다. 유채곤 대덕대학교 방공유도무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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