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곡사 입구 천년의 숲길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황진현 기자
14일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곡사 입구 천년의 숲길이 심하게 훼손돼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황진현 기자
일제강점기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곡사 입구 천년의 숲길이 심하게 훼손돼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봉곡사 소나무 숲길 구간을 포함해 봉수산 능선-오형제고개-강장마을-송악저수지 등을 돌아 봉곡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25.6㎞의 둘레길을 `천년의 숲길`을 조성했다. 사업비는 10억 원이 투입됐다.

봉곡사 천년의 숲길은 주차장에서 사찰까지 폭 4m, 700m 연장의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숲 복판을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가 완료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도로가 심하게 훼손돼 숲길의 경관을 해치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오후 봉곡사 입구에서 사찰까지 올라가는 길은 훼손 정도가 심각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는 도로는 곳곳이 움푹 패이거나 깎여나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모습은 올라가는 내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등산객들도 움푹 패인 도로를 피해가며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딜 경우 사고위험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등산객은 "도로 훼손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이곳을 이용하기에 큰 불편이 있다"며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고 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정비가 안 돼 좀 실망스럽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천년의 숲길에 걸맞지 않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걷어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천년의 숲길이라는 상징성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황토 포장길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남모(65) 씨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 보니 천년의 숲길이라는 상징성이 반감되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민원이 끊이지 않자 아산시는 황토 포장길 조성 등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황토 포장길 조성 사업을 위해 1억 8900만 원의 예산을 편성, 사업자 선정이 끝나는 대로 공사에 나설 방침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등산로 훼손에 대한 민원이 많아 이번에 예산을 세워 황토 포장길로 조성을 검토해 다음달까지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봉곡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해상봉쇄 작전으로 휘발유와 항공유의 조달이 어렵게 되자 일제가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해 군사용으로 쓰기 위해 70여 그루의 소나무 송진을 채취했던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상처가 남아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봉곡사 일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하는 등 피해목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문화로 남긴다는 계획이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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