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과학강연을 했다. 주제는 대부분이 우주와 천문학이었고 가끔 과학역사, 학생진로문제, 건강관리 등이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했던 과학기술 앰배서더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는 그나마 강연할 기회가 많았었는데, MB정부에서는 강연료를 깎더니, 지난 정부에서는 아예 과학기술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고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나 강연의 기회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학생들이 과학강연을 접할 기회가 적어진 것이다.

현 정부는 초반이라 판단하기는 이르나, 기초자연과학과 교육에 대한 큰 계획은 경제문제와 일자리 만들기, 부동산 투기 잡기, 북핵 위기, 사드 문제, 통상외교 문제 등에 밀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이다. 눈앞에 닥친 여러 현안들 때문에 길게 볼 여유가 없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중세를 거친 유럽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동양권의 나라에 경제적, 문화적으로 한참 뒤처져 있다가 18세기부터 헤게모니가 뒤바뀌게 되는데, 바로 그 이유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탐험정신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르네상스 이후 합리적인 생각과 과학 마인드가 일반 귀족들에게까지 널리 퍼져 후일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하는 하는데 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우리나라의 대학생과 자국의 대학생을 학도병으로 징용해 전쟁터에 보냈으나, 패망하기까지 도쿄대학교 이학부의 학생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일본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우리나라도 기술집약적인 좁은 의미의 발전보다는 기초자연과학에 대한 장기적으로 폭넓은 지원과 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좀 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초자연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다음기회에 더 하기로 하고 과학강연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필자의 강연대상은 어린 초등학생부터 일반인들까지 다양하다. 물론 청중들의 눈높이에 따라 강연내용을 달리 편집해야 하고 사용하는 용어도 되도록 학력 수준에 맞추려 노력하며, 동적인 강연이 아닌 멀티미디어를 편집하여 최대한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편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청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하여왔다. 청중들이 참여하는 방법은 흥미를 가지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질문은 과학영재학교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고, 다음이 과학고 학생들이며, 일반학교의 경우 학년이 높아질수록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처음에는 필자의 강연이 흥미를 충분히 불러일으키지 않는지 반성도 했으나, 강연 후 설문지의 조사를 보면 매우 재미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물며 교사 대상으로 강연을 하여도 역시 질문에 소극적이었다. 다른 강연자들의 의견도 필자와 비슷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든지, 강연을 듣던지, 모르는 것이 떠오르면 질문을 해야 답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질문 자체를 하기 꺼려하는 분위기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 질문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분위기로 흘러오지 않았는지, 창의력과 상상력을 살리는 교육이 아닌 주입식 교육으로 점수에만 관심이 있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경우 학교장과 과학담당 교사들의 강연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도가 50% 이하이다. 더욱이 보수를 받지 않는 봉사강연일수록 참여도와 열정이 더 떨어지며 행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학교 강연 현장에서 학교장과 교사들의 자세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미래는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들의 양성만이 답이다.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과 열정이 부족한 교사와 교육정책이 부실한 정부라면 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무얼 배웠니?`라고 묻지 않고, `오늘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을,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참여하는 교육이 되도록, 정부와 교사와 학부모들이 합심해야 해야 할 시점이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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