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R&D(연구·개발) 분야 정책을 총망라하는 컨트롤타워로 익히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내에 속한 조직이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연구·개발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정부 구상이 담겨있으며, 그래서 새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특히 과기혁신본부의 힘의 원천은 20조 원대 예산을 주무르게 된다는 데 있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차관급 직제임에도 실질적인 의미에서 장관급 부처에 꿀릴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 막중한 조직의 초대 본부장으로 임명됐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사흘만에 하차하는 진통을 겼었으며 그 후임을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이렇게 출발부터 수장 인선 문제로 예기치 않은 생채기가 난 데 이어, 내부 간부급 인사 등 조직 전열 정비도 미뤄지게 됐다. 박 교수를 대체할 적임자를 찾는 작업과 함께 과기혁신본부의 당면 현안은 `예산권`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엄밀하게 말해 과기혁신본부는 지금 애매한 지위에 있다고 봐야 맞다. `얼개`만 짜여져 있을 뿐 실질적인 권한을 법적·제도적으로 부여받지 못한 단계에 있기 때문에 누가 본부장을 맡든 이를 해결한 이후라야 변화와 혁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R&D 예산 권한을 쥐려면 과학기술기본법 등의 개정 절차가 요구되는데 정치권 논의에서 멀어져 있다고 한다. 관련 법률 개정은 기재부로부터 예산 권한을 떼어오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랄 수 있고,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과기혁신본부는 직전 부처 시절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돼 있는 구조임을 뜻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권 강화 부분이 교통정리되지 않은 데 따른 후과라는 지적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다시 임명될 과기혁신본부장은 적어도 이런 조직 안팎의 난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역량이 증명된 인사가 아니면 곤란한다. 과기혁신본부 앞에 예산권 확보와 조직 정상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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