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만 가면 하게 되는 피 검사. 피를 뽑기 전에 그 두려움, 주사기에 담겨져 나오는 새빨간 색의 혈액, 아무리 내 몸에서 나온 거지만 필자도 썩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또 간호사는 그냥 따끔하다고 하지만 아프다. 여하간 좋은 기억으로 혈액검사를 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혈액검사는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암의 경우에도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

일반혈액검사란 혈액의 구성원인 혈장(액체)을 제외한 혈구의 구성분포나 숫자를 알아보는 검사이다. 혈액은 사람 몸속에 골수라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골수라는 말은 일반적으로도 흔히 쓰이지만 사람 몸에서 도대체 골수가 어디 있을까? 골수는 영어 단어에서처럼 사람의 뼈 속에 존재하는데 이곳에서 혈액을 만들어낸다. 혈구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도넛 모양처럼 생긴 적혈구는 폐를 통해 들어온 산소를 붙여서 온몸에 산소를 구석구석 전달해주고 대신 몸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다시 심장을 거쳐 폐로 보내서 호흡을 통해 체외로 배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적혈구에 헤모글로빈이 있는데 이것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움직임에 핵심 역할을 하며 이것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빈혈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혈소판이다. 혈소판은 낫 모양으로 생겼는데 골수에서 생성되며 3분의 2는 혈액 속에 존재하고 3분의 1은 비장에 존재한다. 이 혈소판은 사람 몸에 출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서 혈액을 응고시켜 더 이상의 출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범위는 대개 15만-40만이며 혈소판이 2만 이하가 되면 저절로 뇌출혈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혈구보다 훨씬 크고 주 역할은 몸속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과 싸우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는 적혈구에 비해 숫자가 매우 적어서 정상범위는 4000-1만 개 사이다. 암의 치료에 있어서 수술을 제외하고 전신치료인 항암제치료나 국소치료인 방사선치료는 둘 다 골수에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항암제치료는 가장 흔하고 중요한 부작용이 골수기능 저하인데 골수 기능이 저하되면 혈액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백혈구 모두 감소하게 된다. 특히 백혈구의 감소는 매우 중요하다. 백혈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호중구(또는 중성구)인데 호중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표적 백혈구로 전체 백혈구의 4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일반혈액검사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기본적인 일반혈액검사가 있고 각 혈구의 분획을 보고자 하는 세분화 일반혈액검사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특히 종양학에서는 세분화 일반혈액검사가 훨씬 유용하다. 더 쉽게 설명하면 기본 일반혈액검사는 `백혈구 5000개-혈소판 25만개-적혈구 500만개` 이런 식으로만 결과가 기록되어 있지만, 세분화 일반혈액검사는 특히 백혈구를 세분화해서 몇% 이렇게 더 자세하게 결과가 기록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백혈구 중에서 호중구(중성구)가 가장 중요한데, 이 수치를 알기 위해서 세분화 일반혈액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일반혈액검사는 비단 암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양성질환에서도 각종 약제들이 골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검사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체 백혈구 수치 중에서 호중구의 수치가 얼마인지를 나타낸 것이 절대 호중구수치(ANC)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전체 백혈구 수치가 5000개라고 했을 때 이 중 호중구의 분획이 60%라면 ANC는 5000x0.6(60%) = 3000개가 된다. 이 ANC가 왜 그리 중요한가 하면 세분화가 아닌 기본 일반혈액검사만 하였을 경우, 만약 백혈구가 5000개라면 이 중 호중구가 40%-70%의 정상 분획을 차지할 수도 있지만, 항암제나 방사선치료 후 골수기능 약화로 중성구 숫자가 감소되어 전체 백혈구 5000개 중 단지 10-15%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5000개의 10-15%, 즉 500-750개에 불과한 호중구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 ANC가 500개 이하로 떨어진 상태로 감소가 지속될 경우 잘못하면 패혈증으로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즉 백혈구가 4000개라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나중에 추가적으로 세분화 혈액검사를 했더니 그중 호중구가 10%에 불과하다면 잘못하면 입원하여 중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반드시 ANC를 체크받게 되며 환자나 보호자도 자신들의 ANC가 정확히 얼마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최상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