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대전의 기업들이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개성에 남겨둔 설비와 자재가 감가상각 문제로 값어치가 떨어지고, 폐쇄 장기화 기조를 보임에 따라 업종까지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이다.

13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대전 지역 개성공단 입주기업(남북협력사업자)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미 국방부의 `개성공단 폐쇄 지지`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가동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에서 의류제조업을 운영하며 개성공단에 진출한 에스엔지의 경우 컴퓨터 제어설비, 의류 생산라인, 제품, 원부자재 등 100억 원에 달하는 설비가 공단에 묶였다.

지역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해도 이미 의류제조산업이 인건비가 싼 동남아로 넘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결국 에스엔지는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채 사무실만 운영하고 있으며 개성공단 폐쇄가 장기화됨에 따라 업종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개성공단기업 비대위 공동위원장)는 "잘 돌아가던 공장이 어느 순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돼버리니 답답할 노릇이고, 대전에 공장을 가동하려 해도 인건비 경쟁에서 뒤처지니 운영을 포기했다"며 "살기 위해 부분적으로 업종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열리는 것은 희박해졌지만 언젠가 개성공단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전화 제조사인 한스산업의 경우 개성공단 내 1200평 규모의 공장에 35억 원가량을 투자했지만 폐쇄 이후 대전과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에 있다.

대전 공장은 개성공단 폐쇄 2개월 후인 지난해 4월, 베트남 목바이 공장은 지난해 10월 각각 건립돼 제품을 생산 중이다.

기업들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발표되며 한차례 희망을 가졌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한 대북 압박, 북핵문제로 재개가 어려워지자 난색을 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UN 대북제재와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조치 등 위기에서도 개성공단이 정상운영이 이뤄졌음을 강조하며, 남북화해 창구로서 역할로 재개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의 도발 등 대북제재 속 수차례 위기가 있었음에도 개성공단은 가동됐지만 박근혜 정부 때 이르러서 한순간에 문이 닫히게 됐다"며 "폐쇄 후 북에 두고 온 설비 때문에 폐업도 못하고 휴업상태에 빠진 기업만 벌써 10곳이 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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