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어제 공식적인 자리를 빌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황우석 사건` 연루 사실과 관련해 "당시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며 "그때 조용히 물러나는 것으로 매 맞는 것을 대신했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돼 있다. 임명철회에 직면하지 않는 이상 임의로 퇴진하지 않을 것임을 공식한 셈이며 되레 그는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써 보답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본부장에 대한 비토 정서는 나날이 확산 추세다. 과학계는 물론이거니와 정치권도 야 4당이 일제히 그를 성토하고 나서고 있다. 차관급 직위로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지 인사청문이 실시됐으면 심중팔구 험한 꼴을 보았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박 본부장이 이번 인사 파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정확한 심중을 알기 어려우나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를 책임지는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격` 이라는 각계의 비판과 지적을 귓등으로 흘려 넘겨선 곤란하다. 대통령 임명장을 받자 마자 역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상황도 심각하지만 장기전을 각오하겠다는 양 버텨본 들 이미 기울어버린 비토 형세가 원상 복원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학계에서 조차 고개를 돌리는 마당이고, 게다가 웬만하면 여권 편을 들어주던 야권도 박 본부장 인사를 `보나코(보은·나홀로·코드) 인사` `노무현 프리패스` `적폐인사` 등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박 본부장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을 듯한 태세다. 그런 방향성도 안타깝거니와 사태의 본질을 오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중히 되묻고 싶어진다.

박 본부장에게 황 교수 사건은 일종의 `주홍글씨`일 수 있다.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과거 이력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각계의 다수공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애초에 과학기술 정책을 관장하는 실무 총책임자급으로 임명된 것이 문제였으며, 그런데다 무슨 뒷배가 있는지 `마이웨이`를 걷겠는 식의 박 본부장 처세 또한 온당치 않아 보인다. 자신의 인과(因果)를 어찌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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