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면서 대전 지역 사진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붙이는 공간 자체가 사라지다 보니 구직자들이 사진을 찍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0일 한국프로사진협회 대전지회에 따르면 대전에 영업 중인 사진관들은 250여곳으로 이 중 100여곳은 증명사진 전문 사진관이다.

스펙 대신 능력을 보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될 경우 증명사진 전문 사진관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한 상태다.

사진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채용을 시작하는 시즌이 아직 오지 않아서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다음 달부터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웨딩이나 베이비 사진들도 스스로 찍는 `셀프 사진` 추세로 바뀌며 사진관들이 많이 힘든데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사진업계는 과거 DSLR 카메라 가정 보급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발전으로 침체기가 찾아왔고, 다수 사진관이 생존을 위해 취업용 증명사진 분야로 눈길을 돌렸다.

이런 와중 `스펙` 대신 `능력`을 보기 위해 추진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확대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진관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에서 구직자가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으려면 평균 5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머리 손질과 정장 대여 등 조건을 추가하면 10만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 구직자 입장에서는 구직활동에 부담이 줄어드는 희소식이지만, 사진업계는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진관들은 새로운 사업 진출 등 생존법 찾기에 들어갔다.

증명사진 전문 사진관을 운영하는 한송이 씨는 "사진업계가 급변하고 있어 사진 하나만 갖고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최근 메이크업 자격을 따내 증명사진과 함께 퍼스널컬러 진단과 이미지 메이킹 등 전문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영진 한국프로사진협회 대전지회장은 "아직 블라인드 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단정할 수 없지만 사진업계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신경쓰는 것도 좋지만 우선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대전에서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대전테크노파크, 대전경제통상진흥원,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등 총 4곳이다.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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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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