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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길원옥의 평화' 함께 부르자

2017-08-10기사 편집 2017-08-10 17: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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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천안 망향의 동산을 참배한 근래는 후보시절이던 지난 1월이다. 방명록에 '나라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지도자의 상징은 '행선지'에서 얻어진다. 당시 문 대통령이 망향의 동산을 찾은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부산 일본 영사관 소녀상 설치를 두고 일본이 주한대사를 소환하고 통화스와프를 중단하는 조치 직후다. 복기해 보면, 문재인 후보가 망향의 동산 참배는 위안부 합의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 내어 지도자의 상징성을 부각한 행보다. 망향의 동산이 어떤 곳인가. 일제침략으로 고국을 떠나 망국의 서러움과 온갖 고난에 고향을 그리다 숨진 재일동포와 해외동포 영령들의 안식처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중 강제 동원돼 무고하게 희생된 해외동포 묘역,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전투기에 희생된 268명의 명복을 비는 추모탑, 6.25 전쟁 참전 재일학도의용군 추모비 등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안식처다. 보수, 진보가 따로 일 수 없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 42위가 모셔진 곳이다. 위안부 문제의 '시작점'이라는 데 그 의미와 상징성을 더한다. 시작점은 1983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알린 요시다 세이지(2000년 사망)씨가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고백하고 참회의 사죄비를 세운 데서 비롯된다. 34년이 흘러 벌어진 부자의 비극은 처참하다. 요시다 세이지의 아들이 전직 일본 자위대 출신을 사주해 사죄비를 훼손한 사건이다. 아버지의 사죄에 아들의 대못박기다. 그래도 '인간은 용서해도 역사는 용서할 수 없다'고. 난징대학살을 두고 한 시진핑 주석의 이 말은 반(半)쪽만 맞는 소리다. 패권적 발상의 정치언술이다. 위안부 피의자에 대한 일본의 성노예 망언과 막말이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진다. 이래도 시진핑은 인간을 용서했을까.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말이 훨씬 현실감을 준다. 과거를 소환해 진상을 소상히 파헤치는 일도 그러하다. 최순실 농단이 절정이던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웬걸 '위안부 합의'란걸 뚝딱 내놓는다. 그리고 귀를 의심하게 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합의 문구와 10억 엔의 합의금. 정부가 보험회사 중개인으로 전락이다. 한일관계를 엉키게 만든 졸속외교의 절정판이다. 중대 외교참사다. 일본인들에겐 위안부 보상을 끝냈다는 인식을 주는 빌미다. 1965년 한일합의와 1966년 대일 청구권 자금과 완전 데자뷰다. 일본인들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피해 보상이 일괄 타결되었다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은 재협상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조사만으로도 외교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모종의 이면 합의 있었는지 밝혀내는 건 외교낭패를 만회할 출구를 찾는 일이다. 우리가 합의문구에 삽입했다는 '불가역적 해결'이란 표현도 누가 지시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 최순실이 만든 '통일대박'이라는 말이 자꾸만 겹쳐지는 건 왜일까. 특히 위안부 합의를 한 배경에 '한일 군사 정보보호협정'이나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던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이 어떤 이면 합의는 아니었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는 국가적 예우가 한점 소홀해선 안된다. 망향의 동산에 모셔진 위안부 피해자 특별묘역 조성도 급(急)하다. 그건 위안부 문제의 상징이 될 수 있다. 1991년 위안부 피해자로 첫 증언을 한 김학순 할머니가 영면한 상징적 공간이다. 특별묘역 조성은 위안부 피해자 유골이 42기가 안장됐지만 다른 대상자와 섞여 순번으로 안장되다 보니 뿔뿔이 흩어진 묘소를 한 데로 옮겨 추모하자는 일이다. 국내외 참배객의 안내와 성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별묘역 조성과 관련한 관련 개정안이 1년 넘도록 국회에 계류중인 것도 유감이다. 여성가족부가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를 세우겠다는 했지만 특별묘역 없이는 반쪽에 불과하다. 그것은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망일 것이다. 아흔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엊그제 가수의 꿈을 이뤘다. 음반 이름은 '길원옥의 평화'다. 그녀와 함께 고령의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7명 뿐이다. 살아생전 제대로 사과를 받지 못하고 하나둘 세상과 이별하고 있다. 죽어서는 슬프지 않도록. 영면의 안식처인 특별묘역 조성에도 힘을 모아보자. 이는 '길원옥의 평화'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이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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