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그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의 일부, 또는 전체적 배경으로 한 영화 작품이 몇몇 있었지만 `5·18`에서 일어난 사실, 진실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거 이런 일련의 영화들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고 극영화라는 점에서 전면적인 비판을 받은 건 아니지만, 5·18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 또는 광주에서 5·18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들에게는 미흡하게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의 사실에 근접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재현했는가 하면, 5·18을 잘 모르거나 `외부`의 시각에서 5·18을 보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충분한 극적 완성도를 이뤄냈다. 조금 부연하면 사람들이 계엄군에 개 끌리듯 끌려가고 조준사격에 쓰러지는가 하면 잔인한 학살이 있었다는 비극적 사건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불편한 세대, 계층에게도 스토리를 따라오게 만드는 감성적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성해냈다.

5·18 당시의 참상을 국내 언론은 제대로 알리지 못하거나 기사와 사진·영상이 계엄사령부에 의해 삭제되거나 왜곡해 보도되도록 강제당했는데, 택시운전사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5·18을 현장에서 취재한 한 독일 언론인의 수상소감에서부터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모티브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 기사 한 줄이었다.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는 한마디였다.

이에 제작진은 1980년 5월 광주의 한 가운데로 힌츠페터를 태우고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힌츠페터조차 끝내 다시 찾지 못해 익명의 존재로 남은 김사복 씨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영화는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택시운전사의 마음 속 행로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실재했던 두 사람의 관점이 가진 생생함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당시로서는 거금인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광주 그리고 사람들.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촬영을 시작한다.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점점 초조해지는데….

영화보다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이 영화는 송강호의 연기력이 전체 흐름을 끌고 간다. 평범한 소시민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선택하면서 영화는 심리 묘사에 치중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였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하는 판단을 매 장면에서 하게 만들어 때로는 불편하고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영리한 연출로 영화는 당시의 참상을 노련하게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한국영화 특유의 공식을 따라가는 장면이 몇 있는데, 마지막 택시운전사의 추격신은 실제는 그보다 더 극적이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영화는 너무도 평범한 서울의 택시기사 만섭의 눈에 비친 시대의 모습과 작은 한 소시민의 마음 속의 격랑을 따라가면서, 역사는 위인들로 인해 이뤄지는 거대한 어떤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선택과 용기가 모여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