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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결혼·출산·가족에 대한 물음

2017-08-10기사 편집 2017-08-10 15: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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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첨부사진1소멸세계
"우리는 아이를 낳기 위한 편리한 존재로서 서로를 인식하고 결혼이라는 계약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단순히 정자를 제공하는 남이 아니었다. 우리가 시스템 속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도감이 들었다."(95쪽)

소멸세계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아 보통의 인간을 그려낸 '편의점 인간'으로 지난해 일본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2015년작으로 이번에 번역돼 출간됐다.

무라타 시야카는 2003년 '수유(授乳)'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일본에서 열 권의 작품을 출간한 중견작가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징용되면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결혼을 프로그램에 원하는 조건을 넣으면 '매칭'시켜주는 상대와 하며 아이는 인공수정으로만 얻을 수 있다. 비 내리는 여름날 태어난 주인공 아마네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인공수정이 아니라 '남다른 방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 엄마는 '교미'를 해서 자신을 낳은 건지, 자신의 진짜 본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아마네는 사랑과 섹스에 몰두한다.

작품 초기부터 작가가 주제로 삼아온 것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의심이다. 특히 '성'과 '결혼', '출산', '가족' 등 이른바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 중에서 이 책은 '출산' 그리고 '가족'이라는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출산을 위한 교미는 이미 구시대적 산물이다. 그는 책에서의 '인공수정'은 '진화'를 의미한다고 전한다. 특정한 나이에 이르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 가족을 이룬다. 작가는 그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본능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더 이상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으로 보여준다. 강은선 기자



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살림/ 292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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