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버니 샌더스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기성 정치권과 미디어는 `비주류` 후보로 취급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은 시골 주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에 인지도 또한 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도 정치 조직도 다른 후보들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샌더스 캠프는 미국 현대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특별한 선거운동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샌더스는 13만 표 이상을 획득하며 23개 주에서 승리했다. 14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그의 집회에 참석했으며, 오로지 풀뿌리 소액 모금으로 2억 3200만 달러를 모았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은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일주일 만에 출간돼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정치 혁명을 향한 미국인들의 열망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 사회 전체에 커다란 울림을 가져온 샌더스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회고하고 이후 우리 자녀와 손주 세대를 위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도출한다. 출마를 결심하기 전 1년 6개월간 전국 투어를 다니면서 미국 사회 밑바닥의 서민과 시민운동가들을 만나며 조직화하는 과정을 비롯해 샌더스의 정치적 신념과 풀뿌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치러진 2016년 제45대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가 우세할 것이라던 많은 언론 예측과 여론 조사 결과를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국 사회는 새 대통령을 선출한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 `어떻게 일이 이렇게까지…` 하는 당혹감과 자괴감에 휩싸였다. 불통과 막말, 인종 차별적이고 보수 편향적인 정책과 잇따른 스캔들로 늘 비호감 정치인 1위로 꼽히면서 소속당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던 트럼프의 당선은 그 자체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선이 끝난 불과 일주일 뒤인 11월 15일, 미국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은 이른 아침부터 가벼운 흥분이 가득했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의 책이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었으나 이날 출시된 책은 달랐다. 책의 저자는 버니 샌더스. 본선은커녕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정치인이다. 그의 저서는 발매되자마자 단숨에 정치 분야 정상에 오르더니 오후가 채 되기도 전에 소설, 에세이, 경제경영 분야 등의 베스트셀러를 다 제치고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지만 1주일이 넘도록 아마존 대통령은 샌더스였던 셈이다.

전국적 정치인으로 떠오르기 이전 한국은 물론 미국 언론조차 그의 정치관과 철저한 풀뿌리 정치 활동에 주목하지 않았기에,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의 인기는 `돌풍`, `이변`, `기성 정치에 대한 반란` 등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부터 얼마나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와 달랐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박영문 기자

버니 샌더스 지음·김수민·한상연 옮김/ 원더박스/ 688쪽/ 2만 50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