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가 이번엔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가격 급등지역 내 거래과정에서 탈세혐의가 있는 다주택자 등이 대상이다. 국세청은 분양권 프리미엄을 시세보다 낮게 신고하는 등 세금 탈루혐의가 짙은 286명을 선별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정부의 강력한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과 세종 등에선 벌써 상당한 진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무조사 카드는 8·2 대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내놓은 것은 부동산 투기세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잘못된 거래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 원인이 공급부족 보다는 투기세력 탓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5월 무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전년 같은 달 보다 줄었다. 반면 투자가치가 높은 강남 4구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는 53% 증가했고 29세 이하 주택거래량도 54%나 늘었다. 충분히 부동산 투기를 의심하고도 남을 만한 정황이 아닐 수 없다. 10억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고 보유주택이 4채나 되는 20대 취업준비생이 세무조사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다. 고액 프리미엄 아파트 분양권을 12차례 양도하고 세금을 400만 원만 냈다면 이 또한 조사를 해야 한다. 분양권을 거래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부동산중개업자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세청이 다주택자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8·31 대책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웬만해선 잘 뽑아 들지 않는 부동산 투기대책인 셈이다. 오랜만의 부동산 탈세 조사가 일회성으로 그칠지는 알 수 없다. 국세청이 "부동산 가격 동향을 지켜보면서 조사를 더 할지를 검토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추가 조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집값 안정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조사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부동산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다주택자의 투기를 뿌리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를 하고 있는 주택 임대시장 위축 등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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