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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실크로드 초원길의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수자원

2017-08-08 기사
편집 2017-08-08 1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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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의 역사를 흔히 길(路)의 역사라고 말한다. 인간은 산과 물, 땅 등 천연 자연을 인간의 편리에 맞게 이용하며 길들여 왔고, 또 편리에 따라 길을 내며 살아온 역사라고 한다. 그래서 길의 어원을 '길들이다'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인류사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혀온 인류 역사의 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길 중 하나가 바로 실크로드이다. 이 길을 따라 마르코 폴로가 여행을 했고, '동방견문록'이라는 여행기가 탄생을 한다. 또 이 길은 알렉산더 대왕이 후에 동서 문명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친 동방원정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필자는 바로 인류사의 지평을 넓혀온 길인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흔히 실크로드라고 하면 하나의 길로 인식하곤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역을 잇는 도로가 하나가 아니듯, 실크로드도 하나의 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초원길과 사막길이 있다. 실크로드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사막이 하나 있는데,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다'라는 뜻을 지닌 사막인데, 바로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흔히 '죽음의 사막'이라고도 부르는 이 사막은 약 2550㎞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에 의해 남북으로 나뉜다. 이 장벽은 '하늘까지 닿았다'라는 뜻을 지닌 톈산산맥을 일컫는다. 중앙아시아와 중국에 걸쳐 뻗어 있는 이 톈산산맥의 최고봉은 해발 7439m이다. 실크로드는 이 톈산산맥을 중심으로 톈산북로와 톈산남로로 나뉜다. 바로 톈산북로는 초원길, 톈산남로는 사막길이다. 키르기스스탄은 톈산북로, 즉 실크로드 초원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실크로드의 역사를 흔히 1000년이라고 말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의 초원길은 이미 기원전부터 동과 서를 이어주고 있었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던 이 길은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는 역사 이전에 삶 그 자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토 한가운데 거대한 톈산산맥을 품고 있는 까닭에 키르기스스탄 국토의 90% 이상이 해발 2000m 이상의 산악지대이고, 이 중 40% 이상이 해발 3000m를 넘는다. 톈산산맥에는 20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다. 그 중 해발 1606m의 이식쿨과 해발 2750m인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3500m에 위치한 송쿨 이라는 호수가 키르기스스탄의 대표적인 수자원으로 볼 수 있다. 이식쿨은 산정 호수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다. 두 호수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특히 이식쿨은 가로 182㎞, 세로 60㎞이며, 둘레가 약 700㎞이다. 세계 최대의 담수호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이지만 이식쿨은 중앙아시아 최대의 담수호라고 할 수 있다. 호수의 투명도 또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맑다. 바이칼 호수가 수심 40m까지 보일 정도로 투명도를 자랑하는데, 이식쿨은 수심 23m까지 보인다. 바다가 없는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호수이다. 그래서인지 키르기스인들은 이식쿨 호수를 바다로 인식하고 있는데 당연한 것 같다. 아마도 이 호수를 호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방문한 사람들은 바다에 왔다고 착각할 것이다. 톈산산맥 서쪽의 모든 물줄기는 이식쿨로 흐른다. 톈산산맥의 만년설도 이 호수로 녹아 흐른다. 이식쿨은 투르크어로 '따뜻한 호수'라는 뜻이다. 화산작용으로 인해 호수 바닥에서 온천수가 솟아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겨울 내내 얼지 않는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스탄 5개국 중 유일하게 석유와 가스가 없는 국가이다. 대신 수자원이 풍부하다 보니 수자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주변국에 수출을 한다. 해발 3000m 이상에서 흐르는 강들이 있어 하나의 강줄기에 댐만 여러 개 만들어 놓으면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 번 흐른 물이 첫 번째 댐에서 전력을 생산하면 버려지지 않고 그 아래에 있는 여러 댐에서도 같은 물에 의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우리나라의 지형에서는 하나의 강줄기에 여러 개의 댐을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력 생산을 주로 수력발전소에 의지하다보니 미세먼지도 없는 쾌적한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현 정부에 들어서서 탈 원전과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등 일련의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부작용들과 다른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우리 사회를 보면 키르기스스탄의 수자원은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송쿨과 여러 강들을 보면 신이 준 선물이 틀림없는 것 같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실크로드의 초원길과 세계 최고(最高)의 산정 호수들의 모습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김태진 배재대 러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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