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학기를 준비하며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개설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에서도 진로교육 관련 강좌의 개설요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전환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 모두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현실은 다소 실망스런 상황이다. 금년 반 학기 만에 진로교육 관련 방과후학교 강좌가 폐강됐다. 표면적인 요인은 신청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폐강됐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 부족과 인식의 차이가 맞물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일자리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65%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25년에는 미국에서 최초의 로봇 약사가 등장하며, 3D프린터로 제작된 간이 이식될 거라 예측했다.

미래학자이며 유엔미래포럼 이사인 코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20억 개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예언했으며, 리처드 서스킨드 옥스퍼드대인터넷연구소 자문의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기존 전문직은 인공지능(AI)의 직무 대체로 사실상 해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마 그렇게 세상이 변할까?` 생각하겠지만 인류문명사를 보면 원시 부족과 그들의 문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앞으로의 미래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변화를 겪을 것이 확실한데 아직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오늘날 유망 직종으로 꼽히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정하고, 일찍부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그 직업이 존재할지 확신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학교에서는 미래의 직업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는 사고의 유연함, 남과 다르게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등의 직업 역량 교육에 방향을 정하고, 자아 이해와 사회적 역량을 개발하고 다양한 일과 직업세계를 이해하며, 진로를 탐색·설계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학교·학년 급에 맞게 지도하고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 현장체험학습 등을 통해 학생들의 현장에서의 진로 체험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내심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떨쳐낼 수 없는 어려움에 부딪치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학교 경영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장으로서 늘 고민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방향성이다.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현재의 직업에 대한 환상에 매달리지 않는 교육을 향한 방향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현 교육체제와 전혀 다른 갑작스럽고 획기적인 어떤 방법을 채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쉽지도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 해오던 교육을 바탕으로 이 위에 기업가 정신 고취,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민감성 계발,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논리력과 탐구력, 남과 다르게 독창적으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 등 진로교육의 기초를 든든히 다져나가는 방향으로의 진로교육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미래에는 인성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바르고 건강한 인성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공동체의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모와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것에 재미와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지, 특별히 재능과 소질이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상호 존중과 수용, 격려와 지지로 아이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진로교육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때 이 시대가 추구하고 있는 진로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과 더불어 가정과 사회에서의 진로 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미래 사회의 주인공으로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을 맘껏 응원하고 싶다.

유인화 대전신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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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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