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물기 말리세요

여름은 물놀이와 캠핑의 계절이다. 누구나 수영장이나 바다, 그리고 산에서 즐거운 물놀이와 야영을 생각한다. 그러나 즐거웠던 휴가를 후회하게 만드는 복병 중에 하나가 바로 귀 질환이다. 물놀이나 캠핑 후 부주의로 생긴 귀 질환은 여름을 즐겁지 않게 만들 뿐만 아니라, 평생을 괴롭히는 귀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여름에 주로 생길 수 있는 각종 귀 질환,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이종빈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외이도염= 아무 문제가 없던 귀가 물가에 다녀온 후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진물까지 나오며 귀가 멍멍해지는 경우 급성 외이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급성 외이도염은 수영장 등 오염된 물에 있는 녹농균이나 포도상구균 등의 세균이 외이도의 피부를 침범해 발생한다. 녹농균이나 항생제내성 포도상구균은 수영장 물의 염소 소독에도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언제라도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이 된다. 귀에 물이 들어간 경우에는 깨끗한 물로 철저히 씻고 귓속에 들어간 물은 드라이어나 선풍기를 이용해 깨끗이 말리는 것이 좋다. 면봉이나 귀이개 등을 이용해 귀지와 물을 제거하는 것은 피부에 마찰을 줘 정상적인 피부 보호막의 파괴와 일시적인 외이도의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상황은 외이도내에 산재한 병원균이 침투하기 쉽게 만들어 급성 또는 만성 외이도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가려움증과 통증 이외에도 귀가 꽉 막힌 것 같고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는 탈락된 외이도 피부 각질과 피부의 부종, 농성 분비물 등으로 외이도가 막히기 때문이다. 예방은 항상 외이도를 깨끗이 세척하고 산성화시키며 늘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대부분 1주일 정도의 치료로 완쾌되지만, 치료 중에도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거나 항생제 내성균 또는 진균(곰팡이)에 감염된 경우 잘 낫지 않거나 치료에 오랜 시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진균증= 이진균증은 곰팡이(진균)가 외이도나 고막에 기생해 생기는 질환이다. 수영, 목욕 등으로 외이도가 습하게 되거나 귀를 후벼 외이도가 손상을 받아 소량의 장액이 흘러나오는 경우, 또는 외이도 습진, 만성화농성 중이염에 의해 소량의 이루가 있는 경우 귓속에 곰팡이가 기생할 조건이 갖춰진다. 공기 중에 늘 존재하는 진균의 아포가 떠다니다가 외이도나 고막에서 착상, 기생에 적합한 온도와 습기를 제공받아 증식하게 되고, 가려움 및 귀 먹먹함 등 증상이 발현된다. 특히 결핵, 당뇨병, 내분비질환 등의 전신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나 AIDS환자, 장기 이식환자 등의 면역 저하자에게서 흔하다.

소양감, 귀 충만감, 이물감 및 경도의 난청이 주요 증상이고 그 외에 이루나 두통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료는 진균에 의한 막양물을 완전히 제거한 후 깨끗이 청소하고 건조시킨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소적으로 항진균제를 사용하는데 중이염이나 외이도 습진이 중복된 경우에는 원인질환과 동시에 치료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항진균제의 전신투여와 항생제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만성중이염= 여름철에 악화되기 쉬운 귀 질환 중 하나가 만성중이염이며, 물놀이 후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기존의 만성중이염 환자들이다. 만성중이염은 고막이 천공돼 있고 귀에서 농성분비물이 반복돼 나오며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약물치료로 염증이 치료돼 농성분비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고막은 지속적으로 천공돼 있는 상태이므로 다시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태로 물놀이나 수영을 할 때 조금이라도 주의를 하지 않는다면 수영장이나 계곡 또는 바다의 오염된 물이 중이로 들어가 다시 염증을 재발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수술을 통한 완치 전에는 물놀이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샤워나 목욕을 할 때에도 물이 귓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을 편하고 기분 좋게 보내려면 만성중이염은 여름이 되기 전에 서둘러 수술하는 것이 좋다.

◇삼출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은 염증의 부산물인 삼출액이 고막 안에 차있는 경우로, 이관의 기능과 관계가 있다. 삼출성 중이염으로 환기관 삽입술을 받은 환자는 물과 가까워지는 여름철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삼출성 중이염의 치료로 고막절개 및 환기관 삽입술을 하게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 튜브라고 하는 환기관을 고막에 유치시킴으로 이관의 기능을 대신해 지속적으로 중이강의 환기를 시켜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다.

현재 환기관이 삽입돼 있는 상태라면,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바로 귀에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환기를 위해 고막에 구멍을 뚫어놓은 상태이므로 고막 밖에서 안으로도 이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되도록 수영, 특히 잠수는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목욕이나 샤워를 할 때에도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삽입된 환기관 자체가 세균에 오염돼 감염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며, 삽입한 환기관을 제거하기도 한다. 이 때 환기관이 있던 자리에 생긴 고막의 천공은 염증 없이 제거된 경우와는 달리, 염증으로 인해 자연회복의 가능성이 비교적 낮아 지속적 천공으로 남을 수 있으며, 추후 다시 고막 재생술을 받아야 하거나 만성중이염으로 발전하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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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질환 수술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귀 질환 수술 모습.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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