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식초 활용 민간요법 피부 상할수도

덥고 습한 여름이면 불청객처럼 찾아와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무좀. 무좀에 걸리면 발가락이나 발바닥이 가렵고 물집이 생기며, 허물이 벗겨지고 갈라지기도 한다. 무좀 증상이 생기면 약국에서 연고나 물약 등을 사서 바르는 사람 중에는 "어째 이 약은 바를 때만 효과가 있고, 금방 또 재발해요? 약이 안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무좀은 피부가 곰팡이(백선균)에 감염돼서 생기는 병으로, 백선증이라고도 한다. 이런 곰팡이는 발 외에 손이나 손톱 발톱 등에도 기생하며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두피나 기타 피부 또는 여성의 질 속에도 기생하며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남자들의 사타구니가 검어지며 가려운 습진도 곰팡이 때문에 생기는 무좀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의 사타구니에는 항상 땀이 나며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좀에 약을 몇 번 바른 뒤 불편한 증상만 사라지면 무좀이 다 나은 줄 알고 약 바르기를 중단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곰팡이의 특징을 몰라서 하는 행동이다. 집안에서 따뜻하고 습기 찬 곳에 곰팡이가 잘 피듯, 몸에서도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곰팡이가 잘 자란다. 이처럼 곰팡이가 기승을 부릴 때 무좀 증상이 나타난다. 집안에서도 곰팡이가 핀 곳을 잘 말리면 곰팡이가 살기 어려워져 곰팡이가 사라지듯, 피부에서도 곰팡이가 살기 어려워지면 피부 곰팡이도 기승을 부리지 못한다.

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는 불법 주차 차량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주차 단속원만 나타나면 불법 주차 차량이 다 사라졌다가 단속원만 지나가면 다시 나타나 불법 주차를 하는 것처럼 무좀 증상을 일으키는 곰팡이도 약을 바르면 포자(씨)가 돼 활동을 중지하고 피부 속으로 숨는다. 이러면 곰팡이가 활동하지 않아 무좀 증상도 사라진다.

이렇게 증상만 사라지면 무좀이 다 나은 줄 알고 약을 바르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곰팡이가 다 사라진 것이 아니므로 무좀이 완치된 것은 아니다. 숨어있던 곰팡이 포자는 환경만 좋아지면 언제든 다시 기승을 부리며 무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피부에서는, 피부의 안쪽에서 새로운 세포조직이 올라오고 바깥층의 피부조직이 떨어져 나가는 신진대사가 반복된다. 이렇게 피부조직이 떨어져 나갈 때 활동하지 않고 숨어있던 곰팡이 포자도 떨어져 나가야 무좀이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고를 발라 증상이 가라앉은 뒤에도 피부의 신진대사 주기인 한두 달 정도 더 약을 발라 피부에서 곰팡이가 다 사라져야 무좀이 완치된 것이다.

한 번만 발라도 발 무좀이 완치된다고 광고하는 약(바르는 물약)도 있는데, 이 약을 바르면 그 효과가 열흘 이상 지속하도록 특수하게 만든 약이며, 이 약을 바른 뒤엔 24시간 동안 발을 씻지 않아야 한다. 식초를 무좀 치료에 이용하는 민간요법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잘못하면 피부가 상할 수 있으니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손톱이나 발톱이 곰팡이에 감염되면 손톱, 발톱이 두꺼워지거나 잘 부스러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연고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우니 전문의에게 문의해야 좋다.

남자들의 사타구니 가려움증에도 일반 피부연고보다 무좀 연고가 효과가 더 좋을 때가 많으니 전문가에게 문의한 뒤 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발 무좀을 예방하려면 발을 항상 깨끗이 씻고, 면 양말을 신는 것은 물론 매일 갈아 신어야 증상 완화에 좋다. 또 사타구니 가려움증을 예방하려면 너무 꼭 끼지 않고 헐렁한 속옷이 좋다. 약을 발라도 무좀이 자꾸 재발한다면 곰팡이에 쉽게 감염될 수 있는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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