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다. 고속도로가 막히고, 전국 휴양지마다 인산인해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휴가철 장거리 운전 피로가 쌓이고, 정체에 짜증이 밀려온다. 설상가상으로 곳곳에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철 분위기는 더욱 더 안전운전을 위협하고 있다. 며칠 전 해외 사고 소식 중 4억 원에 육박하는 페라리를, 인수 1시간 만에 전소시킨 사건이 영국에서 발생했다. 운전자가 차량 인수를 한 후 고속도로에서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젖은 노면에서는 미끄러짐 현상으로 핸들 제동이 어렵고 제동거리도 길어진 탓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제발 안전거리 1.5배 이상 유지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리는 바이다.

여름철 휴가지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 세워둔 차량의 실내 온도는 상상 이상으로 높이 올라간다. 실내에 라이터·부탄가스 등을 방치할 경우 매우 위험하며, 탄산음료수 캔이 터지는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야외 주차 시 이런 물건들은 반드시 빼내 주고, 부득이한 경우 트렁크에 별도 보관해 주는 것이 좋다. 도난의 위험성이 있어 조금 조심스럽지만 잠시 주차하고 운전자가 가까운 곳에서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놓는 것도 요령이다.

최근 연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ISG 즉 정차 시에는 시동이 꺼지고 차량이 출발하면 다시 시동이 들어오는 옵션이 있다. 이럴 경우 고속도로 등에서 한여름에 정체가 길어지면, 에어컨 성능이 선풍기로 바뀌기 때문에, 무척 덥고 짜증이 난다. 반대의 경우, 여름철에 도로 지·정체가 심한 구간에서 장시간 에어컨을 세게 틀고 있는 경우 엔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저속 주행 시엔 에어컨 구동을 약하게 해주는 것이 차량 성능 유지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더운 여름 열대야가 지속될 경우, 주차해 놓은 차량 내부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드는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산소 부족 이외에도 차량에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름철에는 과연 차량 내부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지난달 27일에 대덕대학교에서 방송국과 함께 실험을 실시했다. 그냥 창문을 닫고 주차한 차량, 창문을 2-3㎝가량 열어둔 차량, 그리고 창문을 2-3㎝ 열어두고 앞 유리를 돗자리로 덮어둔 차량, 이렇게 차량 석 대의 내부온도 변화를 살펴봤다. 그 날은 제법 선선하고 습도가 없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를 보였다. 대기온도는 31도 정도였는데, 우선 창문을 닫아 둔 차량의 경우 75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갔다. 창문을 조금 열어둔 차량은 57도 정도로 18도 이상 차이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창문을 조금 열고, 돗자리로 앞 유리를 덮어둔 차량의 경우 실내 온도가 42도 정도로 대기온도보다 10도 정도만 올라갔다. 차이가 매우 커서 필자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뜨거워진 차량에 탑승해 운행 직전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널리 소개되고 있다. 조수석 앞뒤 문을 열어두고, 운전석 문을 5-6번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실내의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강제로 밀어내면 된다. 10회 정도 반복하니, 실내 온도가 42도로 내려갔다. 휴가지에서 한 번씩 실천해 보는 것도 나름 쾌적한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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