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어린이나 미성년자라 불리는 시기를 거쳐 성인 또는 어른이 된다. 태어나서 금방 생존의 조건을 갖추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젖을 때고 똥오줌을 가리고, 스스로 음식을 먹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가족의 품이나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했을 뿐 아니라, 인간 경험의 핵심 특징을 품고 있다. 아득히 먼 옛날 사냥과 채집으로 생계를 꾸리던 선사시대의 어른, 메소포타미아의 정착 농경민, 산업혁명 와중에 노동자들, 심지어 21세기 초 유럽으로 몰려드는 불안정한 아프리카 이주민 곁에도 아이들은 늘 붙어 있었다.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에서는 이런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류의 경험을 새로운 눈으로 추적한다. 유아기에서부터 아동기, 사춘기, 10대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미성년자 시기 전부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어린이의 세계사이다. 육아와 교육, 보건의료 등 가족과 사회의 역할부터 유아사망, 성 문제와 출산, 체벌, 노동과 소비, 차별과 빈부격차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처지에서 역사를 꿰뚫고 있다.

한 국가나 문명 공동체가 어떤 사회인가를 알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살펴보기만 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어린이는 문명과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서양의 옛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이 있고, 오늘날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는 보육과 교육·보건에 이르기까지 이제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굳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초적인 사회복지의 시금석이 되고, 심지어 `어린이의 행복`이 지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많은 곳에서는 아이들이 여전히 굶주리고,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아이들이 사회 환경과 어른의 요구를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간다.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순수하고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엿한 시민일 따름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아동복지와 교육, 학생 인권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우선은 어린이라는 존재를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이 인식할 시간이 필요하다.

인류의 경험을 토대로 세계사의 맥락에서 어린이를 바라보게 되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지지만, 그런 특징을 띤 오늘날 글로벌 사회 속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가져다 준다. 또 종교나 문명, 민족에 따라 다 다르게 형성된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나 좀 더 바람직한 어린이 상을 그려 볼 수 있다. 특히 오늘날 글로벌 사회는 문명이나 민족 간 이주와 접촉, 상호작용으로 어린이의 지위가 다문화적이면서도, 상품 시장의 자유화나 소비 지상주의의 심화로 놀라울 만큼 획일화 돼 있기도 하다.

전 세계인의 다양한 경험과 접촉,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근대적 모델`의 허구성을 파헤치며 인류의 태동에서부터 21세기 초까지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시대와 공간 속에 놓인 어린이의 존재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박영문 기자

피터 N. 스턴스 지음·김한종 옮김/ 삼천리/ 368쪽/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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