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시음 적기에 마셔야 하고, 따라서 와인별 시음 적기를 잘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잘 익은 것이 판단되는 홍시와는 달리 와인은 겉모습을 봐서는 판단이 어렵고, 수박처럼 두드려보거나 1960-70년대에 삼각형 모양의 수박 조각을 만들어 빼내서 확인하듯 와인 일부를 추출해볼 수도 없습니다. 와인을 많이 마셔봐서 와인 생산지 내지 와이너리 정보를 잘 아시는 분들과는 달리, 와인을 접하기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도 와인 시음적기에 대한 적절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인은 평균적으로 1년 내외의 발효 기간을 거친 뒤 병입되어 시장에 출시됩니다. 와인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수명이 있어서, 막 출시된 와인은 맛이 거칠지만 시간에 따라 서서히 숙성되면서 맛이 좋아지다가 정점에 달한 뒤 보다 급격하게 노화됩니다. `와인 수명주기`라 칭할 수 있는 이 기간은 포도의 품종과 떼루아(terroir, 토양·기후·제조방식 포괄)에 따라 품질이 좋은 와인일수록 길어집니다. 와인 품질과 가격이 어느 정도 비례 관계에 있다고 가정하고, 와인수명주기 공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와인 수명주기=2년(와인 출시 소요기간)+와인 가격대(만원 단위)×2년

예를 들어, 3만 원대 와인이면 이 와인의 수명주기는 8년(2년+3×2년), 5만 원대 와인은 12년입니다. 현재 2017년을 기준으로 하면, 3만 원대 와인은 와인 수명주기에 해당하는 2009년 전후의 와인들은 쇄락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보다는 2-3년 젊은 2011-2013년 와인들이 시음 적기, 5만 원대 와인은 와인 수명주기(2005년)보다 3-6년 젊은 2008-2011년 와인들이 시음 적기에 달했음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수명주기가 길수록 시음 적기도 길어집니다.

지난 두 번째 칼럼(와인과 홍시)에서 설명을 드렸듯이, 문제는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와인들은 시음 적기 이전의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와인 매장에서 사서 당장 마실 시음 적기 와인을 찾기 어렵고, 좋은 와인일수록 구입 후 잘 보관해서 좀 더 숙성시킨 뒤에 마셔야 합니다. 가격대별 와인 구매 장소에 대한 조언을 드린다면, 비교적 저렴한 1만-2만 원대 와인 구입은 할인매장에서, 3만-5만 원대 와인은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그리고 매장 할인행사 때 구입하시길 추천합니다.

해마다 기후 변화가 심한 구대륙(유럽), 특히 프랑스의 경우 와인 라벨에 표기되는 빈티지(포도가 생산된 해)에 따라 품질 차이가 많이 납니다. 보르도 와인은 2000·2005·2009·2010년이 좋았던 빈티지이고, 2002·2007년이 안 좋았던 빈티지입니다. 조금 더 관심이 있으신 경우, 유명 와인평론가나 와인잡지의 빈티지 차트를 컬러 출력해서 갖고 다니시며 활용하셔도 좋겠습니다. 같은 상표(샤또)의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시음 적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날씨에 시원하게 칠링해서 마실 2만-3만 원정도의 스파클링 와인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프랑스의 크레망(Crement)은 깔베(Calvet) Crement de Bordeaux Brut와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 Crement de Bourgogne Brut Reserve, 이탈리아의 스푸만떼(Spumante)로는 빌라엠(Villa M) Moscato d`Asti와 라마르카(La Marca) Prosecco, 스페인의 까바(Cava) 프레시넷(Freixenet) Cordon Negro Brut, 미국의 도멘 쌩미셀(Sainte Michelle) Cuvee Brut, 남아공의 `버니니(Bernini, 맥주병 사이즈, 3000-4000원대) 등이 있습니다. 크레망과 까바는 예쁜 분홍빛의 로제도 매력적입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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