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국정과제 실행과 관련해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 말은 우리 사회가 관념적으로 익숙해 있던 그동안의 관행이나 적폐로부터의 청산을 뒷받침한다. 특히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강의 재자연화와 탈핵·탈석탄 선언이 대표적이다. 강은 강다워야 하고, 미세먼지와 환경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잘 알다시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자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변경돼 대국토 개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등을 다루는 환경영향 평가제도에 따라 평가를 수행했음에도 녹조현상을 비롯한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가 창궐하는 생태 변화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하지 못했다. 금강의 재자연화 과정에서 환경변화 예측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난 계획에 대한 수립과정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보 건설 찬성 주장을 보면 `댐이나 보 건설로 형성된 호소수의 경우 침전된 조류는 우기 시 쉽게 씻겨 내려간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보나 댐을 건설해도 수질악화가 초래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매년 정기적으로 홍수 시 바닥이 세척되기 때문이다. 자연 하천도 얕은 여울과 깊은 소가 반복되면서 자연적으로 조류가 번식한다. 보를 건설하면 4대강도 호소화된 하천으로 바뀐다. 수질관리도 이에 맞춰 BOD 같은 유기물질 유입 통제뿐만 아니라 조류번식의 주원인인 인의 유입을 감소시키는 대책을 수립하면 된다`라고 했다.

4대강 유역 녹조발생 심화현상은 결국 인의 유입을 감소시키는 대책(하·폐수 고도처리시설 설치 등)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폭염과 수온상승, 체류시간 증가 등에 따른 조류 성장증식률이 보 건설로 담수량 증가에 의한 희석률보다 크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보를 건설하면 호소화된 하천으로 변화된다고 예상했음에도 수질과 수생태 변화 대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금강은 국가하천이므로 지방정부의 관리권이 없지만, 충남도는 2010년부터 금강개발사업에 따른 문제점을 자체 측정과 모니터링 자료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해 왔다. 2014년에는 지역민과 함께 금강비전을 수립해 그 내용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금강비전의 주요 내용은 △수량 차원의 풍수해로부터 안전한 금강 △수질과 수생태의 다양성과 종 풍부도를 다루는 건강한 금강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지역발전 요소로 만드는 창조의 금강 △농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다루는 역동의 금강, 이러한 모든 문제를 지역민과 행정이 협력해 풀어가는 함께하는 금강으로 종합 구성돼 장기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금강의 재자연화를 통한 생태복원은 개발사업의 반대과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보와 어도를 헐고 둔치를 뜯어내도 개발 이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강의 재자연화를 추진하려면 적어도 생태계의 속성을 고려한 원칙이 필요하다. 인간행위 전후의 생태계 양과 질의 총량을 유지하는 순손실방지 정책을 서식지, 또는 생태계 보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생태영향평가 방법은 대략 3단계로 제시할 수 있다.

1단계는 파괴된 생태계의 정성·정량적 파악인데 손상된 서식지의 유형, 생물학적 자원, 편익을 추정해 그 범위와 정도를 파악한다.

2단계는 대체복원계획의 입안과 선정이다. 여러 형태의 서식지 복원안을 수립하고 각각에서 제시된 자원과 편익이 파괴된 생태계와 동등한지 생태용량·기회·비용·형평성 차원에서 정성적으로 판단하고 복원공사 기간과 서식지로서의 안정화 기간을 검토한다.

3단계는 대체복원계획의 규모를 결정하는 정량적 검토다. 파괴된 생태계 손실과 그것을 보상하기 위한 복원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생태계 편익을 적정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와 비교한다. 그런 다음 최종적으로 적어도 현재 가치 이상이 되도록 복원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금강의 재자연화는 자연의 항상성 유지능력을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복원력을 최대화 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금강 정비사업이 전격작전 하듯 추진됐다면, 재자연화는 생태계의 속성을 고려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끈기있게 추진돼야 한다. 정종관 충남연구원 환경생태연구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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