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하며 해산물을 캐오는 해녀는 제주를 상징한다. 사실 조선시대엔 잠수해 해산물을 캐오는 역할을 해녀만 담당했던 것은 아니다. 물질을 하는 남자 또한 있었고 이를 `포작인`이라 불렀다. 포작인이 없어진 것은 바로 조선 조정의 탓, 조정에서 너무 많은 물량의 해산물 진상을 바랏기 때문에 많은 포작인이 죽었고 제주를 떠나버렸다. 그리고 이 해산물 진상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전복`이다.

전복은 우리말로 `귀조개`라 불린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보양식으로 통하는데 구하기 쉽지 않아 비싼 식재료로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보면 서양보다는 동북아 쪽에서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대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주 양식지 또한 동북아시아가 대부분이다. 특이하게도 호주 타즈매니아 섬은 양식이 아닌 야생 전복이 많이 서식해 전세계 수확량의 25% 가량이 여기서 나온다. 수확하기 어려워 값이 상당히 비쌌으나 1950년대 말 일본, 중국에서 양식에 성공하면서 값은 많이 내려갔다. 우리나라 전복의 80%가 완도에서 수확되는데, 완도의 바다는 강의 유입이 없어 담수의 영향이 적고 수온이 전복에 적합하다. 그리고 전복의 주식(主食)이 다시마, 미역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다시마, 미역으로 유명했던 완도는 전복 양식의 최적화 된 섬이라 볼 수 있겠다.

활전복을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손질을 해야 한다. 일단 바닥에 기어 다니던 전복을 칫솔로 닦아준 후 껍질 속에 숟가락을 넣고 돌려 빼준다. 이 때 전복내장이 터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데, 이 전복내장 또한 바로 회로 먹거나 전복죽을 끓일 때 쓰이는 귀한 식재료다. 벗겨낸 전복의 앞쪽에 나와있는 이빨을 떼줘야 하는데, 이빨을 제거해야 먹을 때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본초강목에서 전복껍질까지 `석결명`이라 해 눈에 좋은 한약재로 쓰게 했으니 전복은 훌륭한 완전식품이라 할 수 있겠다. 제주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오분자기`는 전복과 아예 다른 종이다. 오분자기는 전복보다 작고 껍질에 숨구멍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전복을 주로 생으로 먹거나 구워먹지만, 중국에서는 말려 먹는다. 엄청나게 넓은 땅 때문에 내륙까지 신선한 전복을 가져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때문에 예전부터 중국에서는 전복을 말려 보관·유통했다. 중국 고급요리로 알려진 불도장은 값비싸고 몸에 좋은 재료만 넣고 요리를 하는데, 이 불도장의 국물이 바로 말린 전복을 우려낸 국물이다.

올해 7월 해양수산부에서는 백세 수산물로 전복을 지정했다.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전복은 단백질, 미네랄 그리고 비타민이 많이 기력이 떨어진 사람에 효과적이고 더운 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또한 모유가 나오지 않는 산모에게 좋은 식품이다. 영양에 좋을 뿐만 아니라 쫄깃한 식감은 어떤 음식에든 잘 어울린다.

조선의 왕 정조는 맨 몸으로 전복을 캐러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해녀들을 보고 전복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 했고 이젠 전복을 양식·수확하는 일은 위험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작년보다 올해가 더 덥다고 한다. 심지어 이 더위가 10월까지 멈추지 않는단다. 이 여름을 이겨낼 보양식으로 전복보다 더 좋은 해산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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