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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엄마, 날 왜 이렇게 낳았어

2017-08-01기사 편집 2017-08-01 16: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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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벌 받으러 교무실에 들어서는 듯한 모습의 남자아이 뒤로, 걱정이 가득한 표정의 부모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 종일 기침을 킁킁 해 대고, 자꾸 눈도 깜빡대고, 몸 전체를 움찔해 대는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눈 깜빡 대는 것, 기침이 가끔씩 있었으나 몇 달 그러다 말곤 했는데, 작년 가을부터 심해지면서 몸 전체를 들썩거리며 킁킁대는 것이 심해졌다고 했다. 처음엔 버릇처럼 그러나 싶어 혼내다가, 이제는 저렇게 온몸을 움찔해대며 얼굴을 찡그리고 깜빡대고 킁킁대는 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뇌성마비인 것은 아닌지,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커서 사회생활에 얼마나 큰 지장이 될지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에게 틱 장애임을 설명하고, 동반되는 문제가 있나 싶어 심리검사와 약 처방을 한 다음 진료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다음 진료 때 눈물이 가득한 모습으로 부모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약 복용 후 며칠 후부터 증상이 좋아졌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악화됐다는 것이다.

2박 3일 학교 수련회도 가지 않으려 하고, 지난 주 엄마가 학교 참관수업을 갔는데 수업 중 틱 증세가 쉴 새 없이 나오는데 그걸 참느라고 온 몸이 땀이 젖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참관 수업을 마친 아이는 "엄마, 창피하지 않았어? 죽고 싶어, 왜 날 이렇게 낳았어"라며 가슴을 치며 울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돼 있는 부분이 있는 해 다음번 진료 때는 아이를 반드시 데려오라고 하고는 약물을 조절했다. 다음번 진료실을 들어서는 아이의 표정은 다소 밝아져 있었다. 수련회는 즐거웠으며 틱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많이 속상하고 나중에 커서도 그럴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엄마아빠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더니, 진료실을 나갈 때는 엄마가 볼까봐 눈물을 닦고 거울을 보고 나갔다. 막상 틱 증상에 대해서는 아이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아이의 주된 걱정은 부모의 걱정을 고스란히 자기생각인 양 담고 있는 것이다.

평소와 달리 아빠만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하는 말이, 엄마가 아이에 대한 집착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친정부모를 일찍 여의어서인지 자녀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고 감정기복도 심하다고 넌지시 일러줬다. 오늘 진료 대기실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삐져서 안 들어 왔다는 말도 들었다.

심리검사 결과를 보니 아이는 우울감, 시험불안, 의욕저하, 집중력 저하 등이 동반돼 있고, 엄마는 내성적이며 참는 성격에다가 걱정 염려가 많은 편으로, 우울감과 자녀에 대한 관심집중, 학습에 대한 높은 기대 및 과잉보호적 침습적 훈육방식이 두드려졌다. 엄마 면담을 따로 해 보니,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착한 며느리로, 누가 알아주는 사람 없이 그동안 야무진 살림살이에, 애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느라 아등바등 살아오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다고 했다.

엄마의 힘든 고생을 아빠와 함께 공감하도록 위로했다. 그리고 부모의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져, 막상 틱 증상을 유발한 것은 아닌지도 조심스럽게 충언했다. 며칠 후 진료에는 아이도, 부모도 표정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엄마 말로는 틱이 많이 좋아졌고, 마음도 편해진 듯하다고 했다. 엄마 눈치도 덜 보고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왜 좋아졌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일찍 자고, 약 잘 먹고, 공부 스트레스 덜 받아서…. 그리고 틱 걱정이 줄어들어서…"라고 답했다. 아이도 "괜찮아요. 이제 버릇이 별로 안 나와요. 애들이랑도 친하고요. 꾸준히 3장씩 매일 공부합니다. 학교 기초반에서 기본반으로 올라가서 칭찬도 받고. 영어선생님이 다리 흔드는 것, 킁킁거리는 거 안 하면 헤드폰 사주신다고 했어요"라며 자랑도 했다.

틱은 아이들의 20-25% 정도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그 중에는 몇 달간 하다가 마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일부 아이들은 성장하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틱으로 바뀌어 가기도 한다. 제법 오랫동안 '더하다 덜하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많은 경우에 부작용이나 불편함이 크게 없으면서도 증상 조절에 효과적인 약들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증상이 심하고 오래가는 경우에도 대부분 성장기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크게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틱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이가 부모자녀관계, 생활습관, 친구관계, 노력하는 습관, 감정표현과 조절력, 학습 습관 등의 다양한 발달과제를 잘 경험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잘 관찰하고 칭찬과 격려로 꾸준히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지욱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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