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가능한 방학계획 작성, 시행착오가 더 큰 수확

학부모들은 방학이 달갑지 않다. 방학은 분명 쉬어야 할 때지만 한국 사회에서 마냥 손을 놓고 쉴 수 없는 시간이다. `배움을 내려 놓는다(放學)`는 의미도 싫다는 유별난 학부모도 있다. 사실 학부모들이 방학을 꺼려하는 것은 자녀에게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 줘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더욱 혼란스럽다.

초등 가정학습 프로그램 아이스크림 홈런(Home-Learn)의 최형순 연구소장은 "여름방학은 1학기 정리와 2학기 적응을 위한 준비의 시기다. 올바른 학습계획을 세워서 예습과 복습에 효과적인 학습을 유도해야 한다"며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를 줄 경우 오히려 학습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어 올바른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추상적인 방학 계획은 `금물`

방학 계획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계획이나 목표는 지키기 어렵다. 대충 이 정도면 됐다는 식으로 적당히 타협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사실 방학 계획은 `속도`가 아니다. 넘치는 의욕으로 너무 많은 분량을 계획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훌륭하다. 무작정 많이 시킨다고 해서 자녀의 지식이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녀의 적성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좋아할 만한 것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때문에 방학 계획을 세울 때는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에 방점을 두면 좋다. 또 정량적인 과제도 효과적이다. 방학 동안 수학 문제집 1권 풀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등 해야 할 것을 수량화하면 좋다. 방학동안 자녀의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파악하는 것도 좋다. 스스로 공부할 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자녀에게 맞는 생활습관은 무엇인 지를 확인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면 효과적이다. 자녀가 어릴 수록 스스로 공부하고,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하면서 시행착오를 빨리 겪는 것도 입시라는 긴 레이스를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는 힘이 된다.

◇생활계획표의 단위는 반드시 `시간`

초등학생에게 생활계획표를 그려 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원그래프`나 `시계 모양`이 나온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생활계획표는 아니다. 원형에는 일상의 변수를 담기 힘들다. 일주일 내내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때문에 달력 형식의 박스형 생활계획표가 효과적이다. 박스형 생활계획표는 원형 생활계획표와 달리 다양한 항목 구성이 가능하다. 날짜별로 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등의 항목을 추가할 수도 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혹시 자녀가 이번 여름방학 계획표를 시계 모양으로 그려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원래 계획표를 토대로 지금부터 날짜별, 요일별 계획표를 새로 작성해보도록 하면 실행 가능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오히려 방학후 2주 동안 자녀가 생활계획표 대로 생활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좀 느슨한 아이에게는 보강할 것을 주문하고, 너무 빡빡한 일정이라면 빼 주는 요령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화다.

생활계획표도 쉼표가 필요하다. 주말 계획은 자녀에게 온전히 맡기는 것이 좋다. `자율`의 중요성을 배우고,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실천력 높이는 키워드, `인센티브`

자녀의 방학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전체 계획을 달성했을 때 뿐만 아니라 세밀한 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보상은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 이를테면 여름방학 동안 독서량을 늘려 어휘력을 키우고 싶다면 `독서 포인트 통장`은 훌륭한 `미끼 상품(?)`이 될 수 있다. 사실 초등학생에게 오랜 시간 책을 읽으라고 주문하면 달성하기 힘들다. 글밥이 너무 많은 책일 수도 있고, 자녀가 싫어하는 분야일 수도 있고, 그냥 책을 싫어하는 성격일 수 있는데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마일리지` 형태의 인센티브가 도움이 된다. 집에서 간단히 마일리지 통장을 만들어 `책 한 권에 몇 점`, `점수는 얼마`라는 식으로 시스템을 만들면 효과적이다.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갖기 위해 온갖 에너지를 책에 쏟고 있는 자녀의 모습에 부모의 입가는 저절로 흐뭇해진다.

`우리 가족 독서 시간`을 만들어 규칙적인 독서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글을 읽고, 그대로 따라 써보거나 토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문장력을 키울 수 있다. 저학년의 경우, 문단 나누기나 띄어쓰기도 덤으로 익힐 수 있다.

◇예습보다 복습 먼저… 학년별 여름방학 학습법

초등 교육 과정은 학년 별로 학습 내용이 달라진다기 보다 내용이 겹치면서 깊어지기 때문에 1학기 공부가 부족한 과목은 2학기 예습보다는 1학기 복습에 비중을 두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

초등 1, 2학년의 경우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를 기르는 것이 관건인 만큼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학습계획이 필요하다. 3학년부터는 수학을 비롯한 모든 교과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1, 2학년 동안 기초를 제대로 다져놓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학의 경우 교과서의 연산 문제를 반복해 다시 풀어보면서 연산 속도 향상을 통해 아이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초등 3, 4학년의 경우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교과별 핵심 개념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초등 고학년 성적의 기본을 다지는 시기인 만큼, 예·복습 모두 교과목의 핵심 개념 이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 글쓰기 능력과 이해력 능력이 향상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뿐 아니라 모든 교과의 문장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문장 이해력이 떨어지면 자칫 성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 동시, 생활문 등을 중심으로 매일 일정한 양을 정해놓고 읽으면 도움이 된다.

초등 5, 6학년은 중학교 진학 전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다. 부족한 교과목이나 단원에 대한 개념 학습 및 심화 학습 풀이를 통한 보충학습 중심의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실력 향상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다. 심화문제풀이 등을 통해 아이가 그간 쌓아왔던 실력을 다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조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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