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활 대전 쪽방상담소장

지난 2015년 여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현지 어린이와 기념촬영을 한 조부활 대전 쪽방촌상담소장. 사진=대전 쪽방상담소 제공
지난 2015년 여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현지 어린이와 기념촬영을 한 조부활 대전 쪽방촌상담소장. 사진=대전 쪽방상담소 제공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 매일 대전역 앞 쪽방촌 골목을 살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부활(51) 대전 쪽방상담소장이다.

번화한 역 앞과 대비되는 열악한 쪽방촌. 어려운 이웃들이 사회에서 어떤 고통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화장실·주방은 꿈도 못 꾸는 무보증 월세방에는 제 몸 하나 겨우 뉘인 사람들이 있다.

그 옆에는 3층짜리 쪽방상담소가 자리잡고 있다. 조 소장은 "외환위기 당시 정부에서 만든 자유의집에서 일을 할 때, 우연히 쪽방촌 주민을 만나 쪽방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회상한다. 그는 이제 쪽방상담소에서 홈리스들을 매일 만나고, 아픈 사연을 들으며 함께 고민하며 살아간다.

대전 홈리스협의회장·대전의집 사회선교센터 실무목사를 지내며 실무경험까지 쌓은 사회복지사이자 목회자인 그는 여러 직함을 가졌지만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저 연약한 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상담소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쪽방촌 주민 먹거리·물품 지원, 주택 분양상담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말동무가 돼준다.

"빈곤은 사회가 낳은 문제이기 때문에 더 안아줘야 하는데 오히려 손가락질하는 시선들이 많죠."

목회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상담소에 발을 들였지만 이 곳 주민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가웠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쪽방촌 주민들이 "저렇게 가난하게 살게 된 것은 노력을 안 해서"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때는 마음이 아리다.

조 소장은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이 뻗쳐올 때 쪽방상담소에 몸 담은 보람을 느낀다. 그는 "며칠 전 한 사찰에서 대전일보 기사를 보고 쪽방 주민들을 위해 백미 5㎏ 570포와 국수 5㎏ 30개를 후원해 주셨다"며 "1t 트럭에 3t 가까운 짐을 실으며 땀이 뻘뻘 났지만 정말 감사하고 보람찼다"고 말했다.

여느 때보다 긴 올해 추석연휴를 앞두고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대학생·청년을 중심으로 `쪽방생활인 사례관리 봉사단`을 조직해 연휴에 문을 닫는 급식소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아침·점심·저녁을 챙길 계획이다.

2011년부터 상담소를 찾는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항상 겸허하게 생각하고 큰 권력 앞에서도 진실하자고 다짐했다.

조 소장은 "상담소를 잘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쪽방 주민도 우리 이웃이고 대전시민이라는 생각을 하고 관심을 두어 달라"고 말했다. 조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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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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