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복 본부장
이기복 본부장
얼마 전, 김 모 의대 교수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교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일본산 식품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300년 간 먹으면 안 된다. 북태평양에서 수산물의 90%를 차지하는 명태, 고등어, 대구는 입에도 대지 말라"고 했다. 이러한 김 교수의 주장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주에 한 번씩 태평양산 고등어·명태 등 주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지만, 지금까지 기준치(세슘 100Bq/㎏·요오드 300Bq/㎏, 1Bq는 1초에 한 번의 방사선이 나오는 단위)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인체에 영향이 거의 없음에도 수산물이 오염됐으니 먹지 말라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사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온통 방사선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은 그 자체로 소량의 방사선을 내고 있으며, 청정 지역의 수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생선이라면 평소와 같이 즐겨도 된다. 혹시나 누군가 방사능 기준치에 해당하는 고등어를 1년간 23㎏(우리나라 사람의 연평균 생선 섭취량)을 먹는다 해도, 그로 인해 받는 방사선량은 약 0.03 mSv이다. 이 수치는 사람이 CT 촬영을 한 번 했을 때 받는 방사선량의 300분의 1, 자연방사선량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김 교수의 주장이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유다.

우리는 살면서 우주에서 오는 우주방사선, 토양이나 환경에서 나오는 지각방사선 그리고 음식물 섭취에서 오는 식품방사선 등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유엔 과학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평균 자연방사선은 약 2.4 mSv이다. 브라질 가리바리(Guaripari)시는 해안가에 칼륨이 많이 포함된 모나자이트 모래 때문에 세계 평균 수치의 약 10배나 되는 자연방사선이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이 지역의 주민들이 다른 곳보다 암 발생률이 높거나 건강상 다른 이상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오히려 가리바리시 해변으로 매년 여름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해수욕과 류머티즘 치료를 위해 방문한다. 이 외에도 이란의 람사르 지역은 라듐이 많은 온천수 퇴적물로 세계 평균 수치의 100배에 이르는 자연방사선이 나오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1년간 평균적으로 약 3.0 mSv의 자연방사선을 받고 있다. 또한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다 오면 약 0.2 mSv의 자연방사선을 추가로 받게 된다. 건강검진을 위한 X-레이나 CT 촬영,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 등의 과정에서도 인공방사선을 받는다.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체도 방사선을 내고 있다. 우리 몸이 방사능 덩어리라고 말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실제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는 칼륨-40, 탄소-14, 루비듐-87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 있다. 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몸무게 1㎏당 약 100Bq의 방사선을 내며, 체중 70㎏인 성인의 경우 약 7000Bq의 방사선을 내고 있는 셈이다. 칼륨은 인체에서 전해질 활동을 돕고 혈당, 혈압조절, 근육과 신진대사 활동을 돕는 우리 몸의 필수 미네랄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물에도 칼륨-40이 들어 있어 1㎏의 음식물은 대략 40-500Bq의 방사선을 낸다. 특히 바나나, 아보카도, 수박, 토마토 등과 같은 과일과 채소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스스로 방사선에 대해 조금만 더 친숙해지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숨 쉬는 공기나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처럼 방사선도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하나일 뿐이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소통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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