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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기부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017-07-30기사 편집 2017-07-30 15: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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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86)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올해도 31억 7000만 달러(약 3조 6500억 원)를 기부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재산의 99%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매년 보유 주식의 5%를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기부금은 275억 달러(약 31조 6000억 원)로, 이미 40%가 넘는 회사 지분을 양도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함께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자"는 기부 서약 운동을 펼치는 한편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가 운영하는 재단에 지금까지 219억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유명인사 120여 명도 기부 서약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억만장자 순위 4위를 기록한 그에게 이 정도 규모의 기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일상생활에선 돈 쓰기에 인색하다. 10년 넘은 뿔테 안경과 20년 이상 된 캠리 자동차, 50년째 살고 있는 오마하의 작은 집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이발소에 가는 것조차 "내가 정말 이렇게 머리 한 번 깎는 데 30달러를 들여야 하나"고 말하며 아까워했다고 한다. 기부를 하면서도 금융 전문가답게 매년 기부되는 금액의 규모와 사용조건까지 복잡한 방식으로 일일이 명시했다.

미국인들의 부자에 대한 존경심은 뿌리 깊다. 악착같이 벌고 까다롭게 쓰지만, 번 돈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버핏처럼 자신의 이름이 담긴 자선재단에 위탁하는 방식이 많다. 사후(死後)에 자선재단이 활동을 활발히 하면 할수록 이름이 더욱 빛나고,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자들 중 이런 존경을 받는 이는 흔치 않다.

국내에도 지난 2007년 아너 소사이어티가 등장하는 등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6명으로 시작한 회원 수가 어느덧 2000명을 향하고, 누적 기부액도 1억 6000만 달러(1800억 원)에 이르렀다. 22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한 기업가도 있고, 세계공동모금회가 처음 설립한 초고액 기부클럽 '1000만 달러 라운드 테이블'에 이름을 올린 기업가도 있다. 남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한 기부를 행하는 기부자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나눔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와 기업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16년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16세계 기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지수는 33%(100% 만점)로 전 세계 140개 조사대상국 중 75위다. 이는 지난해 64위보다 11계단 떨어진 순위로, 인도네시아 (7위), 부탄(18위), 이라크(31위) 등에도 밀린다.

반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자 오랜 독재를 겪은 미얀마는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나눔을 즐기는 나라로 조사됐다. 미얀마의 1인당 GDP는 2017년 4월 기준 1269달러(약 140만원)로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2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기부 지수는 70%로 우리 나라의 두 배가 넘는다. 재벌들 뿐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 사이에서도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들' 조차 손에 쥔 것을 내어놓지 않는데, 서민들이 없는 주머니를 털어 남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부자들이 먼저 워런 버핏의 격언을 생각해볼 때다. "내 주식의 1%를 나를 위해 쓴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태복 중고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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