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동 주민 류명상씨

"사업실패와 건강악화 등 세상의 험한 꼴을 많이 당했지만 국가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만큼, 그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포천을 떠나 지난 2012년부터 대전 대덕구 법동에 정착한 류명상씨(67)씨는 동네의 교통안전지킴이로 유명하다.

중리초등학교 등 법1동 주민센터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등·하교 할 시간이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가 교통 봉사를 한 지 벌써 5년째. 특히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동네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중리초등학교 운동회를 한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많은 아이들이 `할아버지`라고 외치며 뛰어온 적이 있었다"며 "손주가 왜 이렇게 많냐는 여러 학부모들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류씨가 동네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해 교통 봉사를 택하게 된 데는 그가 겪은 굴곡진 삶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 주변인들의 도움이 토대가 됐다.

10여 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나온 그에게 닥친 가장 큰 고난은 사업실패 였다. 경기도와 충북 등을 돌며 대리석 가공 등 다양한 사업을 해봤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그는 "할 줄도 모르는 사업을 하다 보니 사기를 당하게 됐고 검찰 조사까지 받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일부 채권자 등의 도움으로 큰 위기는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난은 함께 온다고 했던가, 사업실패 이후 그에게는 건강상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뇌출혈로 인한 지체장애 2급`. 힘들어하는 그를 다시 일으킨 건 군 복무시절의 인연이었다.

그는 "치료비가 없을 정도로 어려웠을 때, 삼청교육대 교관으로 근무할 당시의 교육생을 만나게 됐다"며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류씨는 그동안 위기가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인자한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는 뜻의 인자무적(仁者無敵).

그는 "지금처럼 세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만나는 사람마다 악하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이제 가장 큰 바람은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교통봉사를 계속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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