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시간

모든 생명은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뿐만 아니라 미생물, 곤충, 공룡 등 흙에서 살아온 생명들의 근원은 하나같이 흙에 있다. 흙에서 출발한 생명은 흙에서 끝난다는 얘기다. 흙은 지난 5억 년간 생물들을 키우고 때로는 농락하면서 현재의 자연을 만들었다. 여전히 반복되는 중이다.

흙은 지구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흙의 사전적 의미는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가루인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뤄진 물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식물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흙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 흙이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인 환경문제인 온난화, 사막화, 열대우림 감소, 황사, 미세먼지 등은 모두 흙과 관련된 문제이다. 게다가 모래 없는 놀이터, 깨끗하게 씻긴 채 진열된 채소 등은 인간사에서 흙이 배제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 인간은 화전농업, 분뇨 재활용을 통해 흙을 둘러싼 양분 순환 시스템의 일부로 지내왔다. 그러나 인간은 흙에서 끌어들인 에너지를 자연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책 `흙의 시간`은 흙의 탄생부터 미래까지 흙과 생물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한 발자취를 탐구한다. 버섯과 공생하는 나무, 농사를 짓게 된 개미 등 생물들은 필사적으로 흙과 공생해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좀처럼 흙을 마주칠 기회가 없는 인간에게 내미는 `흙의 초대장`이다. 흙이 무엇인지, 흙과 생명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흙 속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김대욱 기자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염혜은 옮김·눌와·268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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