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호러스토어(그래디 헨드릭스 지음·신윤경 옮김)=글로벌 거대 쇼핑몰이라는 배경과 유령의 집 이야기를 접목한 특이한 공포 소설이 출간됐다. 현대 직장인을 좀비에, 거대 가구 매장을 감옥에 비유한 그로테스크한 블랙코미디로, 소설의 첫 장면은 주차장에서 쏟아져 나와 오르스크의 베이지색 건물을 향해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직장인들로 시작된다. 매일 습관적으로 회사로 향하는 이 `좀비`들은 "비가 오든 날이 맑든, 반려견이 죽든, 이혼을 했든"(10쪽)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을 해야 한다. 전 날 밤 늦은 회식으로 찝찝한 몸을 이끌고 나온 그들은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9쪽) 없다. , 스스로 발견하고 선택하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면서도 정해진 길을 가도록 유도하는 모순을 풍자한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호러와 결합시킨 이 소설은 색다른 차원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무선·1만 3500원·320쪽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권석천 지음)=새로운 대법원장 취임에 따라 개혁을 시도했던 과거의 대법원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통찰을 전해주는 권석천 JTBC 보도국장의 신간이 나왔다. 핵심을 뚫는 송곳 같은 칼럼으로 유명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법원을 속속들이 파헤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엄정한 잣대로 심판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은 어떤 절차를 밟아 임명되는지, 그렇게 임명된 대법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재판하는지, 판사들이 왜 법원 내·외부의 압력과 싸워야 하는지 등 지금껏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권력을 쥔 자는 어느 누구도 스스로 바꾸려 하지 않음을, 이와 함께 개혁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들이 주권자인 국민을 알게 될 것이다. 창비·신국판·1만 8000원·488쪽

◇맨얼굴의 사랑(정아은 지음)=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한겨레문학상을 받고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에서 도시의 세태를 다루는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 준 소설가 정아은의 신작이다. 도시의 갖가지 맨얼굴과 인간의 비루한 감정을 낱낱이 캐치해 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성형외과`의 안과 밖을 치열하게 그려 냈다. 많은 이들이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가슴을 키우는 서울 한복판에서 현대인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로 성형외과 상담사로 일하면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만난다. 저마다의 사랑을 갈구하는 성형외과 환자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도 사실 누구보다 외로움에 치를 떨고 사랑을 원하는 존재다. 저자가 그려내는 사랑의 맨 얼굴과 그리움의 속살을 만나보자. 민음사·1만 4000원·428쪽

◇혐오사회(카롤린 엠케 지음·정지인 옮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공연한 혐오발언과 증오범죄는 이제 전 세계적 현상이 됐다. 우리 사회 역시 `△△충`, `극혐(극도로 혐오함)` 등의 유행어처럼 일상적으로 혐오와 증오를 표출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혐오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고 적대하는 행위에서, 또 그러한 행위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공모되는 것이다. 이러한 혐오와 증오의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한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리가 혐오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나아가 불평등과 차별에 정면으로 맞서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다산북스·1만5000원·272쪽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이충호 지음)= 이 책은 `리더답게`, `시민답게`, `국가답게`라는 3부로 구성돼 있다. `~답게`라는 말에는 각각의 주체인 리더, 시민, 국가가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 그 자격을 포함한다. 저자는 영웅으로 불린 사람들과 품위를 드러낸 시민들이 보여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사료를 넘어 그리스와 로마의 비슷한 유형의 두 인물을 짝지어 비교하며 오늘날의 리더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의, 건강한 시민정신이 어깨동무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벗나래·신국판·1만5000원·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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