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무효과다. 한미 양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달라질 거란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도발수위만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처방도 약발이 없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취임한지 두 달 남짓,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밖에 안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외정책은 취임 초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대북 처방에 새로운 기대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게다가 북한은 새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월 이후 올 7월까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모두 32차례나 된다. 두 번의 핵실험과 30차례의 각종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은 결코 멈추질 않았다. 트럼프 취임이후 처음으로 미일 정상회담 기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도발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일엔 올 들어 12번째, 새 정부 들어 6번째 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발사 각도를 분석해볼 때 최고 9000km 이상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이 꾸준히 사거리를 늘려온 결과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발사 직후 미국도 북한의 ICBM 능력을 사실상 인정했다.

새 정부는 대북정책으로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을 선언했다.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민간 교류협력과 정치.군사적 상황을 분리하는 등 5대 정책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남북정상회담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을 열거했다"며 비난했다. 어쨌거나 정부가 후속조치로 남북군사당국자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심자회담 개최를 동시에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가 제시한 시한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소리 없는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농후하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첫 걸음부터 꼬인 셈이다.

그동안 북한문제에 있어 미·일은 한국과 적극 공조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군사회담제안에 대해선 떨떠름해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지켜본 미국으로선 더더욱 그렇다. 미국은 유엔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자 독자 제재에 나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과 거래한 중국기업을 제재하기로 했고 의회에선 북한의 국제금융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회담 제의를 반길 수가 있겠는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도발이후 미국내 여론은 싸늘하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 공동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1%가 북한을 미국의 위협으로 지목했고 74%는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스뉴스 조사에선 응답자 55%가 북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실제로 하와이주는 오는 11월부터 매달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비한 주민대피훈련을 하기로 했다. 북 핵과 미사일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이다. 미 국방부는 이르면 내년에 북한이 핵 ICBM을 실전배치 할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미국이 대북 강경일변도로 나오는 이유를 알 만하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에도 북한이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있다면 갈수록 높아진 핵과 미사일 도발 수위다. 수출입 등 경제를 틀어막아 손을 들게 만들려는 의도역시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북한 경제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지난해 실질 GDP가 17년 만에 가장 높은 3.9%나 증가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처방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결코 이끌어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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