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든 가방 압수품. 사진=대전 지방경찰청 제공
달러가 든 가방 압수품. 사진=대전 지방경찰청 제공
"허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국에 돌아가 당신과 살고 싶습니다."

두 달 전 50대 자영업자 A씨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스코틀랜드에 사는 `Nim Nari Ko`라고 소개하며 말을 걸어오는 외국인 여성을 알게 됐다.

2주간 연인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느꼈고,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사랑에 빠져들었다.

"귀중품과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한국에 보낼 테니 대신 관세와 배송비를 내주면 고맙겠다"는 부탁을 듣고 의심없이 8차례에 걸쳐 1억 300만 원을 보냈다.

A씨는 여성과 여느 때처럼 메시지를 이어가던 도중 경찰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로맨스 스캠`이라는 신종 사기수법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B씨(42) 등 나이지리아 국적 2명을 붙잡아 이 중 1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SNS 메시지로 마치 사귀는 사이처럼 사랑을 속삭인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남성 28명, 여성 13명 등 41명에게서 6억40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고, 피해액은 200만 원부터 최고 1억300만 원까지 다양했다.

일명 `로맨스 스캠`은 주로 SNS를 이용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거나 로맨틱한 말을 건네며 접근해 돈을 뜯는 신종 사기범죄다.

B씨 등은 페이스북 등에서 `낚시`를 하듯 무작위로 200여 명의 남녀 이용자에게 접근해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어왔다.

해외에 있는 공범은 페이스북 프로필에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구한 외국인 사진을 올려놓고, 이성의 이용자에게 친구신청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 접근했다.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로 꼬드겨 범행은 수월했다.

피해자들은 SNS서 만난 연인을 실제 본 적은 없었지만,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부자나 연인을 자연스레 사칭하는 이들을 믿고 관세 등 명목의 돈을 보냈다.

일주일만에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도 있었다.

시리아 파병 미군을 사칭한 공범이 "파병된 시리아 현지서 얻은 전리품을 보내겠다"며 "파병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B씨 등은 공항에 온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달러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을 가지고 입국한 외교관·세관원·배송업체 직원"이라며 관세 등을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피해자의 개인 전화번호를 미리 받아놓고 공항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전화를 걸면서 의심할 수 없도록 했다.

간혹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포토샵`으로 조작한 신분증이나 임의로 만든 운송장 및 비용 납부고지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연락 도중 수상함을 느끼더라도 여태까지 보낸 금액을 회수하려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이성선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로맨스 스캠은 2월부터 FBI에서 주의를 줄 정도로 전국적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사기범죄"라며 "낯선 외국인이 SNS 친구신청을 걸어오거나 메시지를 보내면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수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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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은 SNS계정을 이용해 일상적인 말을 건네며 자연스레 접근했다.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피의자들은 SNS계정을 이용해 일상적인 말을 건네며 자연스레 접근했다.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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