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는 전반적인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추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이후 세계경제가 단기적으로라도 안정적인 회복추세의 기대를 갖게 된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전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부터 회복되는데 대체로 10년이 걸린 셈이다.

물론,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의 회복(장기추세를 제외한 순환추세로 본)은 지역별로 달라 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는 매우 짧은 회복기간을 보였으며, 미국과 유럽은 보다 더 늦은 회복기간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업률로 보면, 미국은 2017년에 이르러서야 경기침체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으며, 유럽은 아직도 이전보다 더 높은 실업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과연, 세계경제의 회복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또 세계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회복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세계 경제의 회복이 느리게 이루어진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했던 경제적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즉, 세계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크고 선진적인 미국에서 금융위기기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세계화로 인해 이 위기의 전파와 영향이 전세계적으로 쉽게 퍼져 그 크기가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위기는 금융부문 자체의 위험 증대도 문제였지만 그러한 위험증대를 낳은 극심한 소득불평등 구조도 문제였다. 저소득층의 부채조달 소비와 주택투자가 금융부문의 과도한 위험추구와 결합해 금융부문의 해이와 광기를 증대시켰던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의 채무불이행자와 파산 금융기관이 나타나게 됐고, 결국 세계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경기침체에 대응해, 미국이나 유럽의 정부들은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즉각 대응했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정책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고, 재정정책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로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이뤄졌다. 정책대응이 통화정책 위주의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데 더해, 불충분한 재정지출이 회복을 더디게 만든 것이었다.

다음으로, 세계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회복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선진국에서 고부채를 낳게 하는 불평등한 소득구조와 투기를 장려하는 금융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기조차 했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상위 10%의 높은 소득 몫은 여전히 계속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근본주의와 금융지배 질서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장근본주의의 시장효율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경제활동의 독과점화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게 만든다. 금융지배 질서는 수익성 우선의 경제활동을 강제하면서 이를 더욱 더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부자로의 소득 재배분을 낳게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는 선순환 균형을 잃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거나 해결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가 일시적 회복세를 얻을 수는 있다 할지라도 중장기적 회복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지난 7월 초 함부르그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도 현재 세계경제가 회복을 보이고 있다 할지라도, 중기적으로는 소득불평등과 금융취약성의 증가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며 포용적 성장을 주장했다. 이는 바로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경제도 세계경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경기침체의 늪에서는 일찍 빠져나왔다고 할지라도, 장기 성장의 회복추세를 얻지는 못한 상태이다. 우리 경제 역시 시장근본주의와 금융지배 질서로 인해 소득격차는 심화됐고, 금융활동도 투기를 통한 소득의 재배분에 열중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가 회복세의 장기 지속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 경제도 장기적인 성장의 회복세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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