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유여행 길에 나서서 현지 전통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색다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천년고도 교토(京都)로 여행을 떠난다면 식도락의 역사가도한 `니시키(錦)시장` 일대 니시키코우지(錦小路)를 탐방해보자. 연간 수백 만 명의 한국인이 찾는 일본 제2도시 오사카 도심에서 특급 전철로 50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교토의 부엌`이라고도 불리는 니시키 시장(www.kyoto-nishiki.or.jp)은 교토에서만 생산되는 제철야채와 청과물·절임반찬·건어물·육류·생선·화(和)과자는 물론 조리도구 등을 파는 126개의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전통 재래종합시장이다.

이 일대는 가마쿠라 초기부터 상권이 형성돼 왔던 곳으로 초창기의 점포는 그 지역에 맑은 지하수가 흘러 어류의 저장과 판매에 편리했기 때문에 생선 도매상 위주였다. 그 후 에도 시대에 이르러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의 종합시장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재래시장 고유의 특성에 걸맞게 서민의 체취가 물씬 풍기다 보니 교토는 언제 가 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몇몇 블록에 걸쳐 소로 양 옆으로 들어서 있는 다양한 가게를 지나다 보면 점포 주인들이 가게 앞에 나와서 맛보기 시식을 권유한다. 마음에 들면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오뎅꼬치, 타코야키 등의 맛깔스러운 간식거리가 즐비해 여행자의 허기를 때우기에도 좋다. 개중에는 점포 안의 널찍한 공간에 좌석이 마련돼 있어서 편안히 앉아서 땀을 식히며 원하는 메뉴를 여유 있게 골라 먹을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라기보다는 한 가지 식재료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는 요식업도 겸한 가게들이 꽤 있다.

이곳은 교토의 일반 상점가가 그러하듯이 소로(통행로) 위에 아크릴판 천장이 설치돼 있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사계절 쇼핑 탐방을 하기에 편리하다. 교토는 분지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한여름에 무척 덥다. 여름에 교토를 찾는 경우 낮 시간에는 이곳과 인근의 거미줄처럼 포진해 있는 현대시장 거리를 탕방하면 거리 양 옆의 가게들이 내뿜는 강력한 에어컨 냉기로 더위를 식힐 수 있어서 좋다.

니시키 전통시장을 방문하면 굴 요리를 메인으로 해산물 요리를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선술집 `니시키다이야스(錦大安)`, 창업 3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생선 가게 `센교키무라(鮮魚木村)`, 장인이 직접 떡을 치고 숯으로 구워낸 떡을 맛볼 수 있고 단팥죽이나 화과자 등 계절메뉴는 물론 떡 도시락, 우동 정식 세트 등 식사도 가능한 `니시키모치츠키야(錦もちつき屋)`를 꼭 들러보자.

아울러 일본의 유명 청주산지 나라(奈良)현에서 시작된 장아찌의 일종으로, 교토의 전통음식이 된 청주를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에 월과를 절여서 만든 장아찌 나라즈케(奈良漬) 전문점 `마스고 본점`, 니시키 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계란요릿집으로 소금 대신 육수를 낸 국물로 간을 맞추는 비법을 써 그 맛이 독특한 `다나카 계란(田中鷄卵)`, 20대째 가업을 이어오면서 창업 4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횟집 `이요마타(尹豫又)`, 물에 갠 밀가루에서 녹말 기를 빼서 만든 전통 떡인 나마후 요리 전문점 `후후사로우호(?房老鋪)` 등의 가게도 꼭 들러보자.

점심시간 전후로 니시키 시장을 찾는다면 `쿠로마메사안 키타오(黑豆茶庵 北尾)`에서 한 끼의 행복한 식사 삼매경에 빠져보자. 이곳 1층 매장에는 교토 단바산 검은 콩인 `신탄바쿠로`를 비롯해 검은 콩 제품과 건어물 제품을 판매하는데 1층 안쪽과 2층에서는 검은 콩 밥상과 국수, 샐러드, 아이스크림 등 콩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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