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어제 사회적 관심을 끄는 1·2심 주요 재판 선고의 생중계를 허용키로 관련 규칙을 개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와 피고인의 인권 보호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 이 방안이 시행되면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 선고의 생중계가 가능해진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생중계 된다면 인민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정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판결의 신뢰도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로 여겨진다.

대법원의 재판 선고의 생중계 방침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미 취임 초기부터 국민의 알권리 총족과 사법부의 국민 소통,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이해도 제고 등을 앞세워 재판 중계를 추진해 왔다. 2013년부터는 대법 상고심 중 중요 사건의 공개변론을 온라인으로 생방송하고 있다. 현직 판사들의 의견 역시 다르지 않다. 법원행정처가 이 문제에 대해 올해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13명 중 67.8%인 687명이 찬성 입장을 보였다. 생중계가 되면 판사들 역시 판결 내용은 물론 언행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에게 공개되기에 부담이 없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야말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증진하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했기에 찬성여론이 높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판 선고 생중계 허용을 계기로 아예 결심공판과 선고공판 전 과정을 생중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대법원은 일단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라고 한다. 생중계로 인한 부작용도 검토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중계방송이 허용됨으로써 피의사실 공표나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자칫 여론재판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법원은 이런 점을 포함해 인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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